줄거리가 우왕좌왕 하면, 캐릭터도 제 갈 길을 잃는다. 길게는 7~8개월에 걸쳐 한 인물로 살아가는 배우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스스로 이해 되지 않는 대본을 쥐어진 배우들의 절망감은 상당하다. 본인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전개로 빈축을 샀던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에 출연했던, 익명을 요구한 한 신인배우는 "대본을 받고 한숨이 나올 때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않나"고 푸념하기도 했다. 박정철은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서 '막드'에 대한 질문에 "배우들도 고민이 많다. 손쉽게 경험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나 감정을 어떻게 연기적으로 풀어야 하는지 배우들끼리 이야기할 때가 많다.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럴 땐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합의점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는 배우 박동빈이 출연했다. 그는 MBC 아침 일일극 '사랑했나봐'를 통해 '주스아저씨'란 별명을 얻었다. 극 중에서 마셨던 주스를 뱉는 것으로 놀라움을 표현했고, 그 모습이 실소를 안겼기 때문이다. 이후 예능프로그램에서 숱하게 패러디됐는데, 일일극의 특징인 과장된 감정 표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김윤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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