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ㆍ영화 홍보에 몸 열개라도 모자라
성소수자 연기 통해 변신시도
액션 준비도 철저하게... 최선 다하는 배우 될 것

영화 '하이힐'의 주연배우 차승원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승원은 '하이힐'에서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감추고 살아가는 전설적인 강력계 형사 지욱을 연기했다. 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차승원은 야누스다. 호쾌한 액션을 통해 카리스마를 발하다가도 때론 유쾌한 매력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할 줄 안다. 진지한 액션과 가벼운 코미디가 공존하는 국내 유일한 배우다. 그런 그가 신작 ‘하이힐’(감독 장진ㆍ제작 장차)을 내놓았고 야누스 이상의 매력을 담았다. 남자와 여자, 도저히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는 해냈다.

4일 개봉한 ‘하이힐’을 들고 오랜만에 스크린 컴백한 차승원을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요즘 차승원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ㆍ연출 유인식)의 촌각을 다투는 촬영과 더불어 신작 영화 홍보 프로모션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

“피곤해서 그런지 목이 완전히 쉬었다”며 하루에 스무잔 씩 마시던 커피도 끊었다는 그는 목에 좋다는 따뜻한 차를 마셨다. 피곤해 보였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드라마는 동 시간대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고 영화에서 선보인 연기는 호평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배우에게 이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지난주에는 하루에 두 시간밖에 잠들지 못할 정도로 정말 바빴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 마치 안약을 넣은 것처럼 초점이 반쯤 나가있었죠.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어요. 하지만 해야 할 건해야죠. 드라마 촬영뿐만 아니라 인터뷰, 영화 무대 인사를 통해 관객도 직접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그걸 안하면 나쁜 배우 되요.”(웃음)

사실 ‘하이힐’은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내면의 여성성을 감추기 위해 강인한 남자로 자신을 포장해 살아온 강력계 형사 지욱의 갈등과 최후의 선택, 그리고 이 때문에 벌어지는 파국을 담은 이 작품은 성소수자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 차승원은 거친 액션을 선보이다가도 곱게 화장을 한 채 거울 앞에 선다. 극과 극의 모습을 한 작품에 담아야 했기에 당연히 난도가 높았다.

“‘견뎌보자’라는 말이 딱 맞았어요. 복잡한 내면의 갈등을 담아야 하는데 어느정도 수위로 담아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죠. 조금만 과하거나 모자라도 이상하게 표현될 수 있었어요. 또 희화화되는 것 역시 피해야했죠. 다행히 장진 감독이 제 얼굴 뒤편의 다른 모습을 정확하게 보고 제대로 꺼내준 것 같았어요. 20여 년을 봐왔기에 가능했던 거로 생각해요.”

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과의 호흡은 두말할 것 없었지만, 차승원은 “오히려 익숙한 상황을 피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2005)와 ‘아들’(2007)에 이은 세 번째 합작영화지만 다른 연출과 다른 연기가 필요했다. ‘하이힐’의 지욱 캐릭터는 어쩌면 그에게 적역이었을지 모른다.

처음 신어본 하이힐이 발에 잘 맞더냐고 물으니 “굉장히 불편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걷기 쉬웠”다고 말했다. 모델 활동 당시에 수없이 봤던 여성 모델들의 워킹이 자연스레 떠올랐단다. 차승원의 발에 맞는 커다란 하이힐을 주문 제작한 분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여장한 모습에 어색해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스태프의 도움으로 (여장한 모습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눈썹까지 밀었거든요.(웃음) 이전에도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했어요. 그렇지만 (성소수자분들을)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본래 가져야 할 성이 아닌 다른 성을 받게 된 분들이 제3의 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트라우마도 강하겠죠.”

‘하이힐’은 액션영화로 포장됐지만 성소수자의 내면 갈등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다. 차승원은 성소수자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에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마케팅도 덜 적극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소재인데, 누아르에만 집중한 탓에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액션 하나는 제대로 준비했다. “이렇게 격렬하게 연기한 액션은 처음”이라는 차승원은 두 달여에 걸친 준비기간을 거쳐 호쾌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그는 “무릎도 한번 돌아갔었고 팔목도 다치고. 삼각근도 다쳤고… 배우 추정, 전치 1년은 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저는 캐릭터 플레이를 해온 배우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았죠. 하지만 어느 순간 이전에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나이가 더 들면 서사를 완성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네요. 어떤 작품이건 부딪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론 좋지 않은 작품에 출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진짜 배우라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 한 명이라도 작품에 만족할 수 있다면, 배우는 최선을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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