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 만들고파
고소영 반응 '굿'… 여성관객에게도 통할 것

사진=CJ E&M
"아무래도 아이가 있다 보니, 킬러 곤의 트라우마가 더 크게 와 닿았죠."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장동건은 아버지다. 2010년 미녀스타 고소영과 결혼한 그는 현재 아들과 딸 두 명의 아이의 슬하에 두고 있다. 미디어에 나서기를 꺼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는 꽤 '아이바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장동건을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겉으로 드러나는지 모르겠지만, 결혼 전보다 작품 선택할 때 신중해진 것 같아요. 고민해야 할 것이 하나 늘었죠. 아이가 커서 영화를 보게 됐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미래에 일어날 일이긴 하지만 저에겐 중요하거든요. 결혼 전의 장동건과 후 모습 중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겠죠."

4일 개봉한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 제작 다이스필름)에서 장동건은 냉혈한 킬러이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여자아이를 죽인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곤으로 분했다. 아이의 엄마인 모경(김민희) 마저 처리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딜레마를 겪는 인물이다.

"킬러 역할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로망이 있는 캐릭터"라는 장동건은 작품 속에서 화려한 총기 액션을 벌인다.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마이웨이'에서도 총기를 다뤘지만 '우는 남자'는 달랐다. 킬러의 은밀함과 액션의 화려함이 동시에 담겨야 했다. 총기가 흔히 다뤄지지 않는 한국의 실정을 반영해 현실감을 줘야 한다는 것도 숙제였다.

"사실 '마이웨이'보다 힘들진 않았습니다.(웃음) 하지만 한 겨울을 관통하며 촬영을 마쳤던 터라, 물을 맞는 장면에서는 고생을 좀 했죠. 이정범 감독에 대한 신뢰가 이번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데 이 감독이 영상원 출신이었던 것도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죠.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이정범 감독은 나홍진 감독과 더불어 학교에서 유명한 천재 감독이었거든요."

장동건은 '우는 남자'를 통해 "감성이 실린 액션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화려함만 추구하는 액션에서 탈피해 딜레마에 흔들리는 킬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 러닝타임에 쫓겨 곤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몇몇 장면이 편집된 것에 일부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우는 남자'의 콘셉트 자체가 절대 악에 대한 절대 선의 액션은 아니거든요. 브라이언티가 연기한 차오즈나 후안, 알바로 캐릭터도 그렇게 나쁜 놈들이 아닌 데다 한때는 곤과 동고동락했던 전우거든요. 자기가 살아온 액션에 대한 후회와 반성과 싸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동료가 악당이 되고, 악당이 동료가 되죠. 그 지점에서 진한 남자의 향기를 스크린에 녹이고 싶었습니다."

액션에 감정을 싣는다는 쉽지 않은 명제를 위해 장동건은 꽤 일찍부터 액션 연습에 돌입했다. "트랜드에 맞춰 절도 있고 빠른 액션을 2개월간 연습했는데, 이정범 감독이 '이건 아니다'고 말한 탓에 처음부터 연습해야 했다"며 웃지 못할 사연도 남겼다. 장동건과 이정범 감독은 인생을 반성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날 것의 액션을 선택했다. 곤과 차오즈가 벌이는 막판 액션은 그래서 더 처절하다.

"차오즈를 연기한 브라이언 티야 워낙 건강한 체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후안과 알바로 역을 맡기로 한 외국배우들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죠. 한 분은 실제 용병 출신이었고 한 분은 격투가였거든요. 몸을 뻥튀기 한 것 같은 분들을 보며 '쟤네랑 싸워서 이겨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데 얼마나 막막한지… 저도 몸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요? 저라고 생각을 안했을까요. 하지만 '용의자' 속 공유가 멋진 상체를 자랑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접었어요. 기가 죽었다고 해야되나?"(웃음)

아내 고소영은 VIP시사회를 통해 '우는 남자'를 접했다. 장동건은 "아내가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하더라"며 여성관객 역시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액션=남자'라는 통념을 '우는 남자'가 가진 감성이 깨뜨릴 것이라 봤다.

"멋 부리는 킬러를 연기하진 않았습니다. 한때 홍콩 누아르 영화 속에 킬러들의 모습이 인기 있었던 적이 있었죠. 저 역시 그런 면을 보면서 스크린에 대한 꿈을 키웠구요. 하지만 '우는 남자'의 감성은 달랐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감성이 잘 담겼다고 생각해요.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원 없이 연기해본 것은 정말 기쁘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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