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격돌 ‘역린’ VS ‘표적’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5월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대형 한국영화 두 편이 함께 개봉한다. 군 제대 후 스크린으로 컴백한 현빈의 사극 블록버스터 ‘역린’과 류승룡의 액션 변신 ‘표적’이 주인공.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선택의 폭을 좁혀주고 싶다. ‘역린’과 ‘표적’, 과연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할까.

# ‘역린’ : 2시간짜리 드라마 하이라이트 같아요.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 제작 초이스컷 픽처스)은 조선시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진 24시간을 담았다. 역린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말한다. 즉 왕의 노여움을 뜻하는 말로 역린을 건드린 자는 반드시 죽는다.

‘역린’을 만든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투하츠’ 등을 연출한 베테랑 PD출신이다. 스크린 첫 도전작인 ‘역린’은 배우 현빈의 컴백작이기도 하지만 이 감독의 영화판에서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샀다. 안방극장에서 통했던 연출력은 은막에서도 이어질 수 있었을까.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지난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역린’은 마치 드라마 하이라이트를 보는 듯하다. 중반까지 이어지는 정치싸움은 사극드라마를 보는 듯 인물들이 벌이는 대사로 이뤄져있다. 정조(현빈)와 반대파 노론의 수장격인 정순왕후(한지민)과 주변인물들이 벌이는 갈등은 첨예하지만 극적이지 않다.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후반부로 이어지기까지 관객은 꽤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현빈, 정재영, 한지민, 조정석, 김성령, 조재현, 박성웅, 정은채 등 멀티캐스팅으로 이뤄진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특히 중심을 잡은 현빈은 자신이 빛나기보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에 집중한 듯하다. 흰 도화지처럼 상대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역량이 돋보인다. 물론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등장자체가 선물이다.

# ‘표적’ : 류승룡 씨, 어깨에 힘 좀 빼셔야겠어요.

영화 ‘표적’(감독 창감독, 제작 바른손 용필름)은 한밤중에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 누명을 쓰고 쫓기던 여훈(류승룡)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후 자신을 살렸다는 이유로 아내가 납치된 태준(이진욱)과 함께 의문의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담았다. 프랑스 액션영화 ‘포인트블랭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표적’의 창감독은 다수의 국내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바 있다. ‘고사 : 피의 중간고사’로 스크린 데뷔 했던 그는 액션 영화로 두 번째 작품을 맞는다. “뮤직비디오의 리듬감처럼 호흡을 따라가야 하는 작품”이라고 ‘표적’을 소개한 것처럼 창감독은 꽤 많은 배경음악으로 영화를 채웠다. 하지만 그가 원한 리듬감은 찾기 힘들다. ‘36시간의 숨 막히는 추격’ 설정 역시 그다지 새롭지 않은데다 류승룡이 펼치는 다소 둔탁한 액션은 ‘아저씨’ ‘용의자’의 날렵한 액션으로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 ‘7번방의 선물’ 등 흥행작에 연달아 성공했던 류승룡은 ‘더티섹시’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표적’을 통해 액션스타로 거듭나려는 그에게 새로 얻은 별명은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눈과 어깨에 잔뜩 힘을 준 그의 모습에서 ‘더티섹시’가 보인다. 이건 치명적이다.

날카롭지 못한 액션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래도 쾌감은 있다. 이야기와 인물 행동의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리듬감을 중요시한 덕에 사건 진행도 빠르다. 무력한 캐릭터인 이진욱은 답답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유준상, 김성령, 진구가 작품을 이끄는 동력 역할을 한다. 제67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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