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하락세에도 기회 못살려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SBS 월화미니시리즈 '신의 선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시작은 거창했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보영과 브라운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희소성 높은 배우 조승우가 합류했다.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은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성적표는 그리 신통치 않다. 지난달 3일 6.9%로 시작한 후 5회까지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8~10% 사이에서 박스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달 여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건 단 한 차례 뿐이다. 결국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셈이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기황후'를 탓할 수는 없다. '신의 선물' 1회가 방송됐던 3월3일 26.2%를 기록했던 '기황후'의 7일 시청률은 24.3%. 3월11일 29.2%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5%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신의 선물'은 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게다가 KBS 2TV '태양은 가득히'는 2~3%를 오가며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결국 '신의 선물'은 '기황후'의 선점 효과에 눌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파이를 키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신의 선물'이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신의 선물'의 고정팬들은 연일 환호하고 있는 반면 신규 시청층은 좀처럼 모이지 않고 있다. 너무 많은 반전과 복선은 기존 시청자들에게는 묘미를 선사했지만 새로운 시청층에게는 "어렵다"는 느낌을 주며 드라마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걸림돌이 된다.

11회까지 오는 동안 '신의 선물'은 계속 이야기를 비틀고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범인은 누구' '의혹 발견' 등 비슷한 패턴의 보도가 이어지는 이유다. 이야기의 구조상 마지막에 가서 범인을 밝힐 수밖에 없지만, 16부작을 이끌어가는 동안 소소한 에피소드와 사건을 배치하는 완급 조절이 부족했다.

연출력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심리 스릴러의 특성상 각 인물들의 속내를 잡아내는 다양한 컷과 매끄러운 편집을 요하지만 '신의 선물'의 연출은 초반부터 삐그덕댔다. 회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최란 작가의 어려운 대본을 보다 쉽고 간결한 연출로 다듬는 솜씨가 부족했다.

이는 촉박한 촬영 스케줄에서 기인한다. '신의 선물'은 방송 시작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촬영이 시작되며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보영을 비롯해 몇몇 배우들이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2011년 '애정만만세'를 시작으로 '적도의 남자' '애정만만세'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이어진 이보영의 시청률 불패 신화에도 금이 가고 있다. '신의 선물'은 물론 작품성 면에서는 호평받고 있지만 그 동안 이보영의 출연작이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왔던 터라 아쉬움이 크다. '신의 선물'은 지난해 연기대상 수상자인 이보영을 앞세운 '이보영 프로젝트'였다. 때문에 그 결과 역시 이보영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신의 선물'은 종방까지 5회를 남겨두고 있다. 향후 얽히고 설킨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 범인을 잡고 유괴된 딸을 살리는 이야기가 주가 된다. '신의 선물'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신의 선물'은 결국 '마니아 드라마'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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