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ㆍ중화사상 벽 높아
시장성 낙관… 콘텐츠ㆍ상호 이해 갖춰야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최근 중국발(發) 한류 바람이 거세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하며 ‘치맥’(치킨과 맥주) 바람을 일으키더니 주연으로 등장한 배우 전지현과 김수현 등이 현지에서 톱스타 대우를 받으며 당당히 입성했다. SBS‘상속자들’의 이민호 역시 마찬가지. 마치 ‘겨울연가’에 열광했던 과거 일본 시장을 보는 듯하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K-POP 스타들의 중국진출도 활발하다. 과거 일본시장에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넓은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성과도 조금씩 가시화 되고 있다. 중국시장은 일본에 이은 한류의 신세계인 것일까?

▲일본에서 중국으로, 변화하는 한류

한류의 메카는 일본이다. 엔고현상에서 출발한 일본 방송사의 한국드라마 수입과 열풍은 대형스타 배용준과 최지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또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대형 기획사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며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빅뱅 등 K-POP 스타들이 연달아 탄생했다.

끝없이 성장할 것 같았던 일본 한류는 최근 정체됐다. 아베 정권의 등장 이후 우경화 바람이 불며 혐한류 분위기가 조성됐다. 엔의 가치가 덩달아 떨어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톱스타들의 위상은 여전히 뜨겁지만 새로운 스타 탄생은 굼뜨다. 한류 위기설이 일본에서 계속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방송가와 음악계는 일본시장이 아닌 중국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스타를 위한 팬들의 씀씀이도 일본 못잖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 한류스타 측은 “한국과 비교해 중국의 시장은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벌어들이는 수익도 비교 불가”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중국은 한류 불모지가 아니다.

▲중국으로 향하는 K-POP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성을 보이는 국내 기획사는 SM엔터테인먼트다. H.O.T 시절부터 중국 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이들은 슈퍼주니어-M, 엑소-M 등 중국 출신 아티스트들을 멤버로 영입하며 현지 공략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10여 년 전부터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준비를 해왔다. 새로운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라 자신했다.

경쟁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JYP, FNC 등도 대륙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YG는 최근 처음으로 중국 현지에서 연습생 오디션을 개최한다. 베이징, 상하이, 홍콩, 타이완 등을 도는 이들은 중국에서 ‘제2의’ 빅뱅과 2NE1을 찾았다. JYP는 2010년 데뷔한 걸그룹 미쓰에이에 중국인 페이와 지아를 영입하며 대륙 진출을 노리고 있다. FNC 역시 지난 3월 중국 현지 오디션을 진행했으며, FT아일랜드의 이홍기는 출연 중인 드라마 ‘백년의 신부’가 중국에 알려지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손담비와 그룹 에프터스쿨이 소속된 플레디스는 지난해 중국 최대 규모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고 현지를 겨냥한 그룹 뉴이스트엠을 내놓았다.

▲사회주의, 중화사상의 벽을 넘어라

일본 시장은 내수시장에 집중하던 국내 콘텐츠산업의 신세계였다. 시장의 확대는 투자와 개발 의지로 이어졌다.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자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시장은 (일본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와 현지에 만연한 중국 중심 사상의 벽이 그것이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박성현 박사는 스포츠한국에 “일본과 달리 중국은 사회주의체제다. 그래서 문화 역시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 무턱대고 대륙 진출을 노렸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과는 달리 문화 융성단계에 있는 만큼 시스템이 정돈되지 않아 현지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상업성에 치우쳐 접근하다 보면 이제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이 순식간에 사그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박사는 “중국인들은 중국 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중문화가 주목 받고 있지만 충성도에서 일본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콘텐츠 개발과 쌍방향 문화교류에 초점 맞춰야

그럼에도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일본 시장을 섭렵했듯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한다면 높은 진입장벽을 넘는 것도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무엇보다 관건은 정부 차원의 규제와 시스템 부재, 중화사상의 벽을 넘을 ‘킬러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해서 확보하느냐다.

여기에 일본시장 진출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방적인 콘텐츠 수출로 일관하면서 혐한류의 역풍을 맞은 경험을 중국시장에서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소규모일지라도 중국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균형을 맞추는 노력과 성의를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습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방적으로 장사를 목적으로 시장에 접근한다면 고전이 예상된다. 전략적으로 중국인 멤버를 기용하며 현지화 전략을 택한 것처럼 정서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