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
[스포츠한국 김윤지기자]흰 천과 바람을 찾던 소년이 ‘상남자’가 됐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고통을 이겨내고, 희생을 감수하는 그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지난 3일 종방한 KBS 2TV 드라마 ‘감격시대’(극본 박계옥ㆍ연출 김정규)의 주인공 신정태의 이야기이자, 배우 겸 가수 김현중의 이야기다.

그는 ‘감격시대’에서 거친 싸움꾼 신정태 역을 맡았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등 한층 깊고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앳된 외모의 아이돌로 여성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던 그였지만, ‘감격시대’를 계기로 ‘아저씨 팬’들이 급증했다. ‘김현중의 재발견’이란 호평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녹녹하지 않은 촬영 환경 탓에 하루에 2시간씩 자는 날이 많았다. 얼굴에 검댕을 바르고 흙 바닥을 굴렀다. 곱던 양손은 자잘한 흉터로 가득했다. 세트장 시설이 좋지 않아 촬영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주유소 화장실을 찾기도 했다. 늘 긴장한 상태로 있다 보니, 지난 7개월 내내 드라마와 관련된 꿈만 꿨다. 그만큼 ‘감격시대’는 그에게 특별한 작품이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어요. 대본을 뛰어넘는 캐릭터의 인생을 생각했어요. 5,6회에는 신정태가 되고자 아등바등 했다면, 그 이후에는 진짜 신정태가 된거죠. 처음에는 ‘정태가 젓가락질을 어떻게 했을까, 돈을 어떻게 쥐었을까’ 고민했다면, 어느 순간 이후에는 제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정태였던 거예요. ‘슬퍼야지’라고 생각하고 우는 게 아니라 ‘오늘은 슬프다’라는 감정이 절로 드는 거죠.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주변의 격려도 있었다. “키스 연기는 좋았냐”고 짓궂게 묻던 친구들이 “다음 회는 어떻게 되느냐”며 드라마에 집중했다. 소속사 대표인 배용준도 그를 응원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 ‘수고했다’고 문자를 받았다. 많이 발전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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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년차. 1995년 아이돌 그룹 더블에스501(SS501)로 데뷔한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한류스타로 성장했다. “아이돌을 한 명의 아티스트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면서도 스스로 “혜택 받은 삶이라 생각한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그의 말투에서 성숙함이 느껴졌다.

“내년에 군대를 갈 텐데 불안함은 없어요.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김현중’을 찾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밤낮 없는 불안한 삶을 살고, 매니저 분들이 많은 것을 대신 해줘요. 서열이라든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규율,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기대하고 있어요. 배우 생활을 하는 데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노래와 연기는 지금도 충분히 했으니까, 일반 병사로 갔으면 해요.”

그는 30대 이후, 배우의 삶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거 보다 지금이 감정 연기가 깊어지고 표현이 풍성해졌다고 했다. 그러니 30대에는 더욱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보고 싶은 연기를 물으니 메소드 연기라고 답했다.

“진짜 미쳐보고 싶어요. 캐릭터 자체가 되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자신이 없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어요. 캐릭터가 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거죠. 그렇게 작품 안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진지함을 잃지 않는 그의 눈빛. 신정태의 그것과 닮아 굳은 의지와 그 동안의 성장이 느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감격시대’이었지만, 그 자체로는 10년차 아이돌 김현중의 성장 보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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