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공주’(감독 이수진ㆍ제작 리공동체영화사ㆍ개봉 4월17일)

[스포츠한국 김윤지기자]공주(천우희)는 평범한 17세 소녀다. 친구가 있지만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음악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노래할 수 없다. 다신 웃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전학간 학교에서 만난 새 친구들은 공주에게 웃음과 희망을 되찾아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전 학교의 학부형들이 공주를 찾아 학교로 들이닥친다.

▲볼래=세계가 먼저 알아본 수작

‘한공주’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도빌아시아영화제, 마라케시국제영화제를 휩쓴 작품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미장센 이미지 사운드 편집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한 마틴 스콜세지의 심사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동일한 실화를 끌어온 ‘돈 크라이 마미’(2012)가 공분을 자극했다면, ‘한공주’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담담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또 다른 종류의 먹먹함과 울림을 선사한다.

주인공 공주 역을 맡은 천우희는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강렬한 정사 신을 보여주는 여고생(마더, 2009)이나 본드에 취한 불량소녀(써니, 2011)는 온데 간데 없다. 최소한의 대사, 하지만 풍부한 눈빛과 표정으로 소녀의 상처와 절실함을 표현한다. 프랑스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는 “놀랍고 훌륭하다”는 찬사를 남겼다.

▲말래=잔인함이 남기는 체증

보는 내내 답답하다. 착하고 야무진 공주는 자꾸만 세상의 끝으로 내몰린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말이다. 그를 짓밟은 수십 명의 남학생들의 학부모는 뻔뻔하기 그지없고, 경찰은 그를 “동네 망신”이라 탓한다. 그의 상처를 등지는 엄마, 해결을 장담하지만 실제론 엉망진창인 아빠, 끝내 전화를 받지 않는 은희(정인선) 등 그 누구도 그의 상처를 제대로 보듬어주지 않는다. 공주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몸을 웅크리고 숨는 일이다. 희망 혹은 절망이란 선택지를 관객에게 넘긴 결말도 잔인하게 다가온다.

이와 같은 무게감은 이수진 감독의 진지한 성찰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 감독은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가늠하기 보다 공주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 지독한 트라우마와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소녀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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