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아니라 숲만 보고, 달이 아니라 손가락만 보는 편협한 시선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SBS 수목미니시리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 이하 별그대)가 성공리에 끝났다. 30%에 육박하는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고 체감 시청률은 국경을 넘었다. 김수현의 인기는 전 아시아를 강타했고 천송이(전지현)가 즐겨 먹는다는 ‘치맥(치킨+맥주)’은 13억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대중은 ‘별그대’를 아직 보내지 못한 듯하다. ‘별그대’의 OST가 여전히 각종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주연 배우들의 향후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표절 논란 역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떠나려는 ‘별그대’의 발목을 끈질기게 붙잡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별그대’는 강경옥 작가가 자신의 웹툰 ‘설희’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설희’ 측이 몇몇 설정이 비슷하다는 ‘주장’ 외에는 별다른 물증을 내놓지 못했고 표절 논란은 사그라졌다.

이후 승승장구하던 ‘별그대’는 종방과 동시에 또 다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살던 행성으로 돌아간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이 웜홀을 타고 천송이를 만나기 위해 지구로 온다는 설정이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별그대’의 오프닝이 미국 폭스TV에서 2008년 방송됐던 ‘뉴 암스테르담’과 닮았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몇몇 네티즌의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인다면 ‘별그대’와 그들 작품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별그대’를 폄하하는 행위에 가깝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는 의미다.

몇 해 사이 타임슬립을 다룬 드라마가 많이 등장했다. 시간여행을 한다는 측면에서 장르적 유사성이 발견되는 장면이 많았다. 때문에 MBC 드라마 ‘닥터진’의 제작사가 SBS ‘신의’를 상대로 표절 논란을 일으켰지만 변죽만 울리다 유야무야됐다.

도도한 재벌가 남성이 자신에게 허리를 조아리지 않는 당당하지만 가난한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여성이 이 남성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며 사랑에 빠진다. 당연히 남자의 집에서는 반대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역경을 딛고 해피엔딩을 맞는다.

1년에 나오는 드라마 중 10편 이상은 이 설명에 부합되는 작품이다. 그만큼 뻔하지만 보편적인 이야기 뼈대라는 의미다. 시공간 이동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별그대’의 결말이 일견 특정 작품과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작품 전체의 맥락에서 봤을 때 표절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언론이 표절 논란을 부추기는 세태도 안타깝다. 몇몇 네티즌의 주장을 반복하며 “표절 논란이 있다”고 되풀이하지만 정작 검증에 나서지는 않는다. ‘별그대 표절’이라는 검색어가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올라오면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 아무런 고민 없이 같은 내용을 ‘Ctrl+C’ 후 ‘Ctrl+V'하기 바쁘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고 평가받는 tvN 드라마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일부 내용은 단편 추리소설 ‘편의점 쌍둥이들의 살인 사건’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나인’은 해외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등 호평받고 있다. 이 외에도 요즘 ‘한드’는 K-POP에 이어 한류의 신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서 표절 시비로 생채기가 나는 모양새가 못내 아쉽다.

국내 작품은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 ‘국수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숲이 아니라 나무 하나에 집착하며 “비슷한 것 같다” “표절 같다”는 소모적 논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보며 맥락을 파악하는 보다 적극적인 수용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별그대’는 최근 방송된 주중 미니시리즈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중국에서는 ‘귀가 시계’라 불릴 정도였다. 그만큼 뒷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은 유명세다. 하지만 책임질 수 없는 ‘논쟁을 위한 논쟁’은 드라마 시장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별그대’는 유명세를 치를 만큼 충분히 치렀다. 이제는 떠나는 ‘별그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실어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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