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입장에서 다자간 입장 조율 필요

배우 박유천이 주연을 맡을 예정이었던 SBS 새 수목미니시리즈 '쓰리 데이즈'(극본 김은희, 연출 신경수)가 흔들리고 있다. 당초 '박유천 프로젝트'로 출발했으나 박유천의 출연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SBS는 제작사와 제작비 및 판권 판매 등의 이유로 갈등을 빚었고 연출을 맡은 신경수 PD는 급기야 박유천을 비롯해 이미 출연을 결정한 배우들의 소속사로 전화를 걸어 '편성 불발'을 통보했다.

이런 상황이 기사화되자 현재 영화 '해무'를 촬영 중인 박유천 측은 영화사 측의 요청에 따라 스케줄을 조정했으나 며칠 후 SBS 측은 '재편성'을 재차 통보했다. 이에 박유천의 소속사 측은 "편성을 쥔 방송사로부터 편성 불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후 스케줄을 짰는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현재로서는 출연을 장담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편성권은 지상파 방송사가 쥐고 있는 가장 큰 무기다. 특정 시간대에 편성될 수 있는 드라마는 한 편인 반면, 편성을 받으려는 외주제작사는 줄을 섰기 때문에 외주제작사는 편성을 받기 위해 불리한 계약 조건도 감수해야 하고, 배우들도 편성 여부에 따라 출연을 결정한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박유천이 아직까지 계약이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대부분 톱스타들은 출연작이 편성이 되지 않아 표류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편성이 결정된 후 계약서를 작성한다. SBS가 편성 불가를 통보한 상황에서 박유천이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편성권을 사이에 두고 방송사와 제작사-연예기획사는 갑을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편성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대중에게 선보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편성권을 쥔 '갑'으로부터 '편성 불가'를 통보받은 '을'은 다른 작품을 찾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박유천 측과 SBS의 갈등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통의 부재다. '쓰리 데이즈'는 벌써 두 차례 SBS의 내부적인 이유로 책임 프로듀서가 바뀌는 내홍을 겪었다. 당초 박유천을 '쓰리 데이즈'에 캐스팅한 담당 EP는 타 부서로 발령이 났고, 두 번째 EP는 SBS 주말극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연출자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책임 프로듀서는 방송사와 제작사, 그리고 매니지먼트사의 중간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책임 프로듀서 교체는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 제작사와 배우들도 신뢰를 갖기 힘들다.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는 다자간 입장을 취합해 정리할 믿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쓰리데이즈'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 전용별장에 내려간 대통령이 세 발의 총성과 함께 실종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첩보물이다. 박유천 외에 손현주 박하선 소이현 윤제문 장현성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미 출연을 결정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