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축구단 혹은 비슷한 시기에 연예사병으로 복무

연예계에 '도박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방송인 이수근 탁재훈에 이어 아이돌 가수 출신인 토니안과 앤디, 방송인 붐과 양세형 등이 소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연예계가 쑥대밭이 됐다.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이들이 줄줄이 자숙할 의사를 밝히며 그들이 출연하던 방송 프로그램에는 비상이 걸렸고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두 가지 키워드로 묶인다. '축구'와 '연예사병'이다. 평소 연예인 축구단에서 활동하던 이수근 탁재훈과 올해 초 이미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적발된 김용만은 축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속칭' 맞대기 도박'을 하며 해외에서 열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돈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홀로 혹은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베팅을 할 수 있는 맞대기 도박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수근과 탁재훈은 평소에도 항상 축구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처음에는 단순한 친분 도모와 재미를 위해 맞대기를 시작했다가 습관화되고 누적 금액이 커지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토니안 앤디 붐 양세형 등은 모두 연예병사 출신이다. 비슷한 시기에 복무한 이들은 연예병사로 근무하던 당시 이 도박 사이트를 처음 알게 된 후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각종 스포츠 경기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맞대기 도박'이 휴대폰을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것. 때문에 이들이 연예병사로 복무하던 도중에도 계속 휴대폰을 사용했는지 여부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연예병사의 휴대폰 사용 등 파행적인 근무 행태는 이미 문제가 불거져 연예병사 폐지로 이어졌지만, 이번 도박 사건이 연예병사의 폐해가 예상보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연예인 중 다수는 주로 2010년을 전후해 맞대기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도박을 해 온 연예인은 많지 않지만 검찰이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브로커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혐의가 드러났다.

한 검찰 관계자는 "도박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다. 현재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들은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도박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난 과오까지 지울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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