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2집 '허시'로 1년 만에 컴백

미쓰에이@JYP엔터테인먼트
"쉿!"

말이 필요없다. 숨을 죽이고 마른 침을 삼킬 뿐이다. 6일 공개된 걸그룹 미쓰에이의 정규 2집 '허시(hush)'는 제목대로 도발적이다. 키스를 하듯 속삭이고 미세한 떨림을 몸으로 표현한다. 올해 수지를 마지막으로 모든 멤버들이 성인이 됐다는 걸 알리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선보이는 무대 위 표현도 거침없다.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멤버들은 데뷔 이후 보여줬던 가파른 성장세만큼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번 앨범 활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이 데뷔 때보다 더 떨린다"는 리더 민의 넋두리는 빈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2010년 발표한 '배드 걸 굿 걸'이 데뷔 곡이자 대표 곡으로 자리잡은 이들이 느낄 중압감은 시간의 무게에 비례할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알면 알수록 두렵고 겁나는 것이 무대라며 이들에게 제법 진지한 자세도 더해졌다. 부담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멤버들은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의지할 수 있을 정도로 팀워크는 단단해졌다. 성장과 성숙이 이들에게 당면과제라면 대중의 따스한 시선은 이들을 움직일 자양분이었다. 이번 앨범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고파 보였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항상 있다. 신인이 아니다 보니 정말 좋은 결과물을 내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분명히 있다. 하지만 더 좋은 무대나 노래를 내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본다. 미쓰에이는 이번 노래를 통해서 더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소망이 있다면 미쓰에이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굳이 1위가 아니라도 '노래 정말 좋더라'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수지)

'남자 없이 잘 살아' 이후 1년 만에 돌아 온 이들의 모습은 섹시콘셉트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여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맵시가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온몸에 달라붙는 의상이 낯설지 않고 '롤리 롤리 롤리팝보다 니가 맛있어 꽉 깨물어 주고 싶어 너를 원해'와 같은 직설적인 가사마저도 낯설지 않다. 멤버들은 섹시 콘셉트에 초점이 쏠리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기분이 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미쓰에이@JYP엔터테인먼트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미쓰에이 다운 퍼포먼스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깔끔하고 심플한 의상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딱 달라붙은 의상을 선택하게 됐다. 이번 노래는 우리의 모습이 가장 잘 담긴 곡이라 생각한다."(지아)

"직설적인 내용을 담은 곡들이 좋다. 이번 앨범은 우리의 의견이 많이 들어갔다. 굉장히 애착이 간다. 예전 활동에서 관절이 끊어질 듯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보였다면 이번에는 흐느적거리는 느낌을 강조했다. 섹시하다는 표현이 그래서 많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수지)

총 13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프로듀서 박진영의 참여 비중은 현저하게 줄어든 모습이다. 예전 곡을 다시 수록한 '터치(Touch)'와 '남자 없이 잘 살아' 두 곡 뿐이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이내 안일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이들과의 새로운 작업으로 내일을 기약하는 모습이다.

멤버들이 각자 골라낸 선호 트랙만 봐도 미쓰에이의 음악적 외연이 확장일로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이 고른 '놀러와'는 경쾌하고 편안하고 가사가 쏙 들어온다. 지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콘서트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로 '하이드 앤 식'을 골랐고 수지는 몽환적인 사운드는 '라이크 유'를 택했다. 페이가 고른 '(마마) 아임 굿((Mama) I'm Good)'은 그의 설명대로 미쓰에이의 앨범에 없던 스타일의 노래다. 듣고있자면 1960년대 미국 모타운 계열의 끈적하면서 마음을 건드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타이틀곡 '허시'가 박진영의 노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노래는 미쓰에이의 소속사 선배 원더걸스와 걸그룹 시장을 양분했던 소녀시대 '지(GEE)'로 유명한 이트라이브(E-TRIBE)의 작품이다. 경쟁사 대표 걸그룹의 오늘을 있게 만든 노래를 만든 작품자와 제2의 도약을 노리는 이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사실만으로 흥미롭다. 그럼에도 멤버들 스스로는 경쟁 상대를 따로 찾지 않았다. 역시 데뷔곡이자 대표곡인 '배드 걸 굿 걸'의 아성을 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스스로를 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멤버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허시'가 '배드걸 굿걸'을 넘어 미쓰에이 최고의 곡이 될 거라 믿는다. 대중의 반응을 아직 알 수 없지만 스스로 미쓰에이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왔고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이 노래는 우리에게 언제나 기준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 넘고 싶고 그 시간이 된 것 같다. 그래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더걸스 선배들이 '텔미'를 발표하고 활동하다 '노바디'를 발표했을 때 느낌이 지금의 우리가 아닐까 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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