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능성 많은 차세대 배우로 손꼽혀

박유천이라는 이름 앞에서 이제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떼어내도 될 때가 온 것 같다.

국경을 넘나드는 톱가수로 활약했던 터라 처음 박유천이 연기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보란듯이 연기 데뷔작 '성균관 스캔들'을 성공시킨 박유천은 '옥탑방 왕세자'와 '보고싶다'를 거치며 배우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시청률이라는 수치와 대중의 반응을 차치하고 박유천이라는 이름을 되새기게 만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이 잇따라 박유천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희명 문희정 등 중견 작가들과 호흡을 맞췄던 박유천은 내년 초 SBS 새 수목미니시리즈 '쓰리 데이즈'(연출 신경수)를 선보이는 김은희 작가의 러브콜을 받았다. '싸인'과 '유령' 등 선굵은 작품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한국형 장르 드라마의 1인자다. 김 작가는 그 동안 단순히 대중적 인기를 고려한 캐스팅을 한 적이 없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무게감 있는 배우를 선택했다. 때문에 '싸인'에서는 박신양에게 '유령'에서는 소지섭에게 배역을 맡겼다.

그런 그가 대통령 암살 사건을 둘러싼 묵직한 첩보 스릴러를 집필하며 박유천에게 타이틀롤을 맡겼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연기로 평가받아야 하는 배우 그 자체로 박유천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박유천의 진가는 충무로에서도 알아봤다. 커다란 은막 위를 수놓는 연기는 달라야 한다. 관객들의 집중도와 몰입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디테일 하나만 틀어져도 감정이 깨질 수 있다. 배우 역시 세포 하나 하나까지 곤두세우고 연기해야 하는 이유다.

평소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 불릴 정도로 디테일이 좋은 봉준호 감독은 영화 '해무'를 제작하며 박유천을 캐스팅했다. 메가폰은 봉준호 감독을 스타덤에 올린 영화 '살인의 추억'을 집필한 심성보 감독이 잡는다. 배우보는 눈이 정확하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이들이다. 그들이 박유천을 택했다는 것은 그의 현재가치보다는 디렉팅을 통해 끄집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는 의미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최근 유아인 여진구 등 될 성 부른 '젊은 피'가 수혈되고 있다. 처음부터 뛰어난 어린 배우는 드물다. 아직 성장 중인 그들에게는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봉준호 감독 등은 박유천에게서 그 '가능성'을 봤다고 할 수 있다. 박유천의 스크린 데뷔작인 '해무'가 기대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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