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으로 막 내려

9년이다. MBC 앵커 김주하가 아닌 아내 김주하의 시간이다. 자세한 내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간에는 그가 가정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앵커는 지난달 23일 서울가정법원에 남편 강씨를 상대로 이혼 및 양육자 지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파장은 컸다. 이혼 자체 보다 그로 인해 맨 살을 드러낸 그의 결혼 생활 때문이었다. 남편 강모씨의 폭행이 주 요인이었다. 대중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김 앵커 같은 당찬 여성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놀라움이었다. 한 여자로서 그의 삶은 겉보기와 달랐고, 예상 보다 훨씬 거칠었다.

사건은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같은 날 김 앵커는 강씨가 자신의 얼굴을 때려 귀에 상처를 입었다며 전치 4주의 진단서를 첨부해 강씨를 고소했다. 강씨는 말싸움 중에 김 앵커로부터 맞았다며 김 앵커를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와 함께 강씨가 최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강씨의 머리카락과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한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소문으로 떠돌던 시어머니 이씨와의 갈등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앵커가 지난 7일 자신의 집에서 남편의 이삿짐을 싸는 이씨와 말싸움을 했고, 이에 이씨가 폭행 혐의로 김 앵커를 신고해 경찰 조사를 받은 것. 이씨는 김 앵커를 존속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에 신체접촉은 없었다. 황당한 결과다. 김 앵커의 명성에 흠집내기가 목적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출발부터 특이했다. 김 앵커는 2004년 10월 강씨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 해 김 앵커는 '2004 아테네 올림픽' 특별방송을 위해 현지에 파견됐고,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아테네의 여신'으로 떠오르던 순간이다.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 같았지만 그는 갑작스럽게 결혼했다. 바쁜 김 앵커를 대신해 김 앵커의 어머니와 강씨가 결혼식 날짜를 잡았던 것이다. 그는 본인의 결혼 한 달 전에야 알게 됐다.

이후 김 앵커는 여성 언론인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살아갔다.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그는 견고하고 단단했다. 아들과 딸을 출산했고, 그의 가족이 방송을 타는 일도 생겼다. 여대생들이 손꼽는 멘토였으며 MBC 간판 앵커였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대명사였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알파맘'이었다.

실상은 그러하지 않았다. 이제야 드러난 사건들로만 봐도 그러하다.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이뤘지만 여성으로는 행복하지 만은 않았다. 그는 2009년 여성지 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사는 걸 보고 아이도 잘 보고, 책도 쓰고, 일도 잘하고, 남편 사랑도 받고, 결혼도 잘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저는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이라 좋아 보일 뿐"이라 밝혔다. 갑갑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김 앵커가 모든 것을 감내한 이유는 그가 공인이란 책임감에 있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았던 이유다. 본인 뿐만 아니라 시어머니 이씨 역시 구설에 올랐다. 이씨는 가수 송대관의 아내와 친자매 사이다. 현재 송대관의 아내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있다. 사실상 신축이 제한된 구역을 개발된 것처럼 속여 캐나다 교포 A씨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거액을 받아 챙긴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시어머니 이씨 자체로도 미국 이민 사회에서는 상당한 유명인사다. 강씨가 1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아들을 조지워싱턴 대학원 MBA를 거친 엘리트로 키웠다. 이씨 또한 4개의 요양병원을 소유한 여성 기업인이다.

아울러 김 앵커는 이제 칩거에 들어간다. 그는 지난 29일 진행을 맡았던 MBC '경제뉴스'에서 하차했다. 현 소속부서인 인터넷뉴스부 업무에 집중한다는 것이 MBC의 설명이다. 이혼 소송과 각종 논란이 잠잠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시청자 입장에선 스타 앵커를, 방송사 입장에선 인재를 잃었다. 그 개인의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고, 당당한 여성으로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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