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자'서 이미지 변신 시도

스타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다. '티켓파워'라는 것은 곧 스타의 이름값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그의 안목을 믿고, 그의 연기를 믿는 것이다. 때문에 '이름값을 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주상욱은 자신이 이름값에 충실한 배우다.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자신만의 아우라를 뿜어내던 주상욱은 OCN 드라마 'TEN'에서는 까칠하면서도 철두철미한 팀장 여지훈으로 팬들을 '배신'했고, KBS 2TV 드라마 '굿 닥터'에서는 인간미와 실력을 동시에 갖춘 의사 역을 맡아 '좋은 의사'를 넘어 '좋은 배우'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신작 '응징자'(감독 신동엽ㆍ제작 엔브릭스)은 반듯한 그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며 또 한번 팬들을 '배신'하는 영화다. 그가 연기하는 학교 폭력 피해자 준석은 기존 주상욱의 이미지에게 과감한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어색하지 않다. 발군의 연기력으로 준석이라는 캐릭터를 빚어낸 주상욱은 관객들에게 '기분좋은 배신감'을 들게 만든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준석은 어른이 된 후에도 별다른 직업없이 근근이 살아간다. 그런 준석 앞에 과거 그를 괴롭혔던 창식(양동근)이 나타난다. 준석은 그의 삶을 통째로 짓밟은 창식을 상대로 복수를 시작한다.

어찌보면 두 캐릭터가 뒤바뀐 듯하다. 양동근은 항상 수트를 차려입고 고급차를 모는 인물로 등장한다. 물론 두 배우 모두 이미지의 전복이다. 그래서 더 통쾌하다. 주상욱은 "그래서 '응징자'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만약 창식 역할을 제안했으면 안 했을 거다. 기존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와 비슷한 것은 피하고 싶었다. 준석 역할을 보며 '이게 재미있겠다' 싶더라. 게다가 창식 역할을 양동근이 한다는 것을 들은 후 멋진 그림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배우가 캐릭터에 녹아들어 서로 부딪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응징자'의 재미다."

'응징자'는 독특한 액션 스릴러다. 복수를 소재로 다뤘지만 마냥 무겁지 않다. 적당한 웃음포인트를 둬 관객들이 숨돌릴 틈을 준다. 그 사이 103분의 러닝타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무엇보다 배우 보는 맛이 좋다는 것이 '응징자'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을 거다. 두 남자가 나오는 복수극하면 '악마를 보았다'처럼 강하고 처절한 것을 생각하지만 '응징자'는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간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거대하고 거창한 복수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이 공감을 살 것이다."

주상욱은 '응징자'에서 처절하게 짓밟힌다. 창식 역의 양동근에게 맞고 또 맞는다. 항상 승자일 것 같던 과거 실장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그런 역할 역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양 소화하는 주상욱, 그는 천생 배우다.

"내가 너무 많이 맞아서 관객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웃음) 하지만 여느 스릴러에 비해 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남자의 사실감 있는 액션을 보며 통쾌해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주상욱은 발성과 발음이 참 좋은 배우다. 그의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다. 삶에 찌들고 지친 준석을 연기하면서도 그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게 만드는 힘이다. 결코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대사 하나 하나에 힘을 줄 수 있는 연기력이 주상욱을 움직이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목소리톤과 억양을 잡는데 많이 신경쓴다. '응징자'의 준석은 힘을 빼고 편하게 말하려 했다. 머리로 외우고 연기하면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 그 캐릭터를 완전히 몸으로 체득하려 노력한다."

어느덧 주상욱은 대세가 됐다. 영화와 드라마의 섭외 1순위로 급부상했다. 선택을 받던 배우에서, 이제는 여러 작품을 두고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 누가 뭐래도 요즘 그는 전성기다.

"여러 작품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져 기쁘다.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실장님'이 아니라 '배우 주상욱'이 가진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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