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택·활동달랐다

2013년 가요계의 발견은 단연 엑소다. 지난해 '마마'로 첫선을 보였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이들은 절치부심한 끝에 1집'늑대와 미녀'후속곡'으르렁'으로 대세로 자리했다. 지상파 3사 음악 프로그램에서 2곡으로 총 10회 1위를 차지했다. 팬들의 충성도를 엿볼 수 있는 음반 판매량은 기록적이다. 3개월 동안 74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해 김건모ㆍ조성모의 기록을 12년 만에 갈아치웠다. 엑소는 8일로 이번 앨범 활동을 마무리했지만 업계는 엑소 배우기가 한창이다. 엑소를 바꿔놓은 그리고 시장을 흔들어 놓은 '신의 한 수'를 짚었다.

▲대륙의 문을 열었다
6명 별도로 중국활동 '적중'

12명의 멤버 이름을 외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6명씩 한국과 중국에서 나눠져 활동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국내에서 중국어권 시장을 겨냥해 시작부터 별도의 유닛을 구성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아시아 전역에서 급성장한 것은 시작부터 달랐던 이들의 구성이 큰 역할을 했다. 74만장(소속사 집계)의 음반 판매량 가운데 30만 장 이상이 중국어 버전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엑소의 성공에 중국시장에 대한 가요계의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천문학적인 시장 규모와 유교 문화권의 동질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은 중국 시장의 매력이다. 최근 낙후된 저작권관리와 유통망도 개선되고 있고 무엇보다 팬들의 왕래가 늘었고 해적판 구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K-POP의 메카였던 일본 시장이 정치권의 우경화 발언과 역사 왜곡 등 외부요인으로 위험요소가 늘어난 점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YG 큐브 FNC 등이 중국어권 시장의 지사를 설립했거나 준비 중이며 케이블채널과 제휴해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할 계획이다"면서 "엑소의 성장을 지켜보며 많은 회사들의 중국 회사와 제휴ㆍ협업 등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우민, 루한, 디오, 찬열, 카이, 세훈, 레이, 크리스, 수호, 백현, 타오.
▲완전체란 이런 것
정규 1집으로 한데 모여 '화학작용'

1년간 흩어져 시장 상황을 살펴봤던 멤버들은 6월 정규 1집으로 한데 모였다. 나눠서 데뷔를 시킨 것이 백점이었다면 나눴던 이들을 한데 모은 것은 만점이었다. 뮤지컬이 연상될 정도로 스토리 텔링이 강한 군무와 은근한 후크가 강조된 무대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유닛의 합체는 폭발력 있는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엑소-M이 다져놓은 중국어권의 팬들은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완전체'의 소식을 접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열띤 응원을 펼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국인 멤버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적응력이 남다른 크리스 루한 레이 타오 등의 중국인 멤버에 대한 국내 팬들의 호감도도 높았다.

두 유닛의 조화를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전까지 외국인 멤버 영입은 국내 기획사에게 모험과 같았다. 문화 충돌로 적응력이 떨어지고 계약분쟁의 소지가 높았다. 결과적으로 팀워크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엑소는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운영을 모색하게 됐다. 유닛을 통해 국내와 해외 활동 비율 조율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멤버는 적응력을 높이고 팀은 활동 영역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시간차 공격이 통했다
무대인사 먼저 한 뒤 음원 뒤늦게 공개

엑소의 성공은 국내 가수의 음반 홍보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 가요계는 이전까지 목요일 혹은 금요일 음악 프로그램의 첫 방송과 맞물려 음원과 앨범을 공개했다. 음원과 무대를 같은 날 공개해 바람몰이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엑소는 이를 뒤집었다. 목요일부터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음원과 앨범을 다음주 월요일에 공개했다. 음원 유출의 위험성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대의 반응에 따라 차트 성적이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12명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강점이 있다고 판단해 무대를 눈과 귀로 먼저 익히고 음원과 앨범을 나중에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 SM엔터테인먼트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전략이 숨어있다. 지상파 3사의 음악프로그램 제작진이 음원ㆍ앨범 판매량을 집계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월요일부터라는 점도 작용했다. 한 관계자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집계 공백기를 최소화해 일주일의 꽉찬 성적을 차트에 반영시키겠다는 전략이다"면서 "이후 신곡을 공개하는 다른 기획사까지 이들의 방식을 차용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흐름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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