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녹아든 판타지… 박수소리가들려

닭 대신 잡은 꿩이라 표현해도 좋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인 SBS 수목미니시리즈 '너의 목소리가 들려'(극본 박혜련ㆍ연출 조수원ㆍ이하 너목들)는 지난 4월 당초 준비 중인 '사랑해도 될까요'의 편성이 불발되면서 급히 투입된 드라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우려를 뛰어넘고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드라마의 제왕'의 준비가 지연되자 대신 편성돼 홈런을 친 '추적자'와 비슷한 모양새다. 단순히 운이라도 치부할 순 없는 '신의 한 수'다.

몰랐죠? 사실은 '대타' 였다는 걸
▲ 준비없는 인기는 없다!

'너목들'은 지난 4월 첫 편성 소식이 전해진 후 불과 1달 반 만에 방송을 시작했다. 급하게 준비돼 쪽대본과 밤샘촬영에 치여 완성도를 기대하기 힘들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너목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준비된 작품이다.올해 초 KBS 편성을 바라보다 불발됐지만 이미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보영 윤상현 이종석이 출연을 결정하기 전 이미 몇몇 톱배우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것은 그들 역시 '너목들'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출연을 결정했다면 시청자들은 좀 더 일찍, 또 다른 버전의 '너목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보다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장담은 없다.

게다가 '너목들'이 일찌감치 연장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박혜련 작가가 이미 충분한 자료 준비를 마쳐 '총알'이 많았기 때문이다. 준비없는 인기란 없는 법이다.

전문직+초능력 소년… 복합장르의 매력
▲ 판타지와 현실의 조화

매주 20여편의 드라마가 방송돼 '드라마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법정 드라마가 설 자리는 넓지 않았다. '변호사들'과 '대한민국 변호사'들이 실패했고 SBS 역시 '로펌'과 '신의 저울'로 쓴 맛을 봤다. 뉴스보다 현실성 없는 공방과 각본대로 결론이 짜여진 법정 싸움에 환호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너목들'은 여기에 '판타지'라는 이름의 메기를 풀었다. 미꾸라지통에 메기를 넣어 활기를 찾게 하듯, '너목들'은 타인의 생각을 읽는 초능력 소년을 배치해 '그냥'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TOP'한 법정 드라마를 만들었다. 상대방의 속내를 읽어 범인을 명확히 가린 후, 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전문직 드라마와 판타지의 멋진 만남이 복합장르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물론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너목들'은 드라마다. 현실성보다는 재미가 우선한다는 의미다. '시크릿가든'에서 남녀의 몸이 바뀌고, '직장의 신'의 미스김이 모든 일을 잘해 비현실적이라고 외면하는 시청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판타지를 다룬 드라마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건 '재미없다'는 표현을 돌려 말한 것 아닐까.

'이종석 앓이'가 시작되겠군
▲ 배우들의 쫀쫀한 연기!

'너목들'은 참 효율적인 드라마다. 출연진도 정해져 있고, 활동 공간도 제한적이다. 참 많은 법조인이 있을 텐데 장혜성(이보영)은 항상 앙숙인 서도연(이다희)과 맞붙고, 두 사람의 재판은 김공숙(김광규) 판사가 도맡는다. 법원, 장혜성과 박수하(이종석)의 집, 할OO 커피숍이 활동 반경의 80%를 차지한다. 눈이 호강할 만한 볼거리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너목들'은 기본에 충실하다. 이보영 윤상현 이종석으로 이어지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탄탄하고, 정웅인 김광규 윤주상 김병옥의 연기는 맛깔스럽다. 박혜련 작가가 쓰는 완성도 높은 대본에 각 배우들이 생기를 불어넣으니 금상첨화다. 허투루 쓰인 캐릭터가 없다는 것은 '너목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너목들'을 기획한 SBS 김영섭 국장은 "전문직 드라마와 판타지를 접목시킨 복합장르의 신선함이 주효했다.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드라마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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