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닛.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제공
봄을 맞은 꽃들의 자존심 대결이 한창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4월26일 도발적인 섹시를 로맨틱 좀비와 뒤섞은 '이름이 뭐예요'로 선공을 펼친 포미닛과 4월30일 갓 데뷔한 듯한 상큼함 속에 친근한 매력을 감미한 '유휴'로 맞불을 놓은 시크릿이다.

데뷔 5년차를 맞은 이들의 경쟁은 섹시와 큐트로 양분되는 국내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 스펙트럼의 극단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보기 드문 명승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강한 것을 더욱 강하게 연단해 등장한 이들의 싸움은 칼과 방패가 아닌 칼과 칼의 싸움이다.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강한지를 보여줘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승기를 잡을 팀은 누가 될까? '포크전쟁'에 나선 두 팀의 전투 재원을 전격 비교했다.

포미닛: 섹시귀환

멤버 : 권소현 김현아 남지현 전지윤 허가윤(평균 21.8세)

시크릿.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hk.co.kr
발표 앨범 : 네 번째 미니앨범 '네임 이즈 포미닛'

키워드 : 새로운 변화 되찾은 섹시

전작 '볼륨업'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포미닛이 택한 것은 쇄신이었다. 멤버를 빼고 모든 걸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작업을 해왔던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 대신 용감한형제의 손을 잡았다. 데뷔곡'핫이슈'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이는 거친 듯 펑키하고 발랄한 듯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숨은 조력자 : tvN'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 코리아'(이하 SNL)

컴백과 함께 등장한 'SNL'. 걸그룹이 19금 코미디를 선보인다는 예고에 우려가 높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기우였다. 차세대 섹시아이콘 김현아는 스스로를 패러디하는 듯한 과감한 자태로 남심을 거침없이 훔쳤고 허가윤ㆍ권소현의 재치와 깜찍함도 볼거리였다. 화제성은 '이름이 뭐예요'의 뮤직비디오와 동반 상승했고 해외 팬들의 숱한 리액션영상을 양산했다. 덕분에 유튜브는 다시 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아마 이번 노래로 차트 1위를 되찾는다면 'SNL'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신의 한 수'로 남을 법하다.

의외의 한 수 : 뮤직비디오 가운데 등장하는 로맨틱 좀비의 출현.

키포인트 안무의 임팩트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생뚱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숨겨진 코믹 요소로 받아들이는 해외 팬들의 넓은 아량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킬레스건 : 김현아의 화제성

그에 집중된 화제성은 이번에도 포미닛에게 양날의 검이다. 뒤를 받칠 누군가의 도약이 절실하다는 사실은 이제 반복하기도 지친다.

키플레이어 : 허가윤

김현아에 집중된 시선을 빼어올 멤버다. 매번 높은 음역대를 소화해야 했던 그는 후크 위주로 구성된 이번 노래에서 가창력에 대한 부담을 덜 받는다. 노래 외에 매력을 보여줄 기회다.


시크릿: 큐트 재무장

멤버 : 송지은 전효성 정하나 한선화(평균 23.2세)

발표 앨범 : 네 번째 미니앨범 '레터 프롬 시크릿'

키워드 : 익숙한 선택 강해진 무기

허를 찌르는 반전을 택하는 모험은 없다. 대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골라 화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뜻하지 않은 교통 사고로 활동을 급하게 접어야 했던 전작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보란듯 재기하겠다는 다부진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강지원ㆍ김기범 듀오와 여전히 손을 잡았고 화제의 안무를 다수 만들었던 플레이 박상현 단장과 귀엽고 깜찍한 매력을 극대화한 뮤직비디오 감독 홍원기도 이들 곁에서 힘이 됐다.

숨은 조력자 : 황광희

한선화가 지난해 9월부터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황광희와 가상 부부를 이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과도한 코믹 요소와 그저 그런 이벤트로 킬링 타임용 커플이 나타났다고 봤다. 7개월 만에 이들 커플에 대한 인식은 급반전 됐다. 웃음 뒤에 눈물을 봤고 가벼움 뒤에 고민을 드러냈다. "카메라 없이 만나고 싶다"는 고백은 진정성으로 다가왔다. 컴백 직전 가상부부는 종료됐지만 한선화가 속한 시크릿은 황광희와 땔 수 없어 보인다.

의외의 한 수 : 상충되는 뮤직비디오 콘셉트

귀엽고 깜찍한 그래서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유휴'의 뮤직비디오는 사이판을 배경으로 고립된 네 멤버가 얼굴에 검댕이를 칠하고 모험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차 편집된 새 하얀 드레스를 입은 말끔한 차림의 멤버들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순백의 천사와 귀여운 모험은 균형을 잃어 보인다.

아킬레스건 : 전효성의 화제성

포미닛에 김현아가 있다면 시크릿에는 전효성이 있다. 현역 걸그룹의 첫 속옷 광고모델이라는 화제성은 그에 대한 집중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순수함과 친밀함으로 어필해야 하는 시크릿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키플레이어 : 정하나

징거라는 활동명을 버리고 본명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자신을 더욱 드러낼 태세다. 수록된 5곡 가운데 4곡의 작사에 참여하며 음악적 내공을 펼쳤다. 이전 무대에서와 같이 포인트가 되는 부분 그가 등장해 앙증을 부리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던 불운과 마음 고생을 털어버릴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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