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형님이 빨리 돌아와야 한다. 중장년 층이 듣고 즐길 노래가 없다. 형님이 폭풍 같은 음악로 한 번 휘몰아쳐 주면 시장이 바뀔 것이다."

2010년 가수 이승철이 사석에서 선배 조용필과의 추억을 끄집어 내다가 했던 말이다. 댄스아이돌이 강세를 보이면서 활동 중인 30대 가수도 찾기 어려웠고 조용필은 이미 공연 무대에 간간이 등장하던 시절이었다.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반응에 이승철은 "그럼 용필이 형님인데"라고 단언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의 확신은 3년 만에 현실로 드러났다. 10년 만에 발표한 신곡'바운스'가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거장의 귀환을 알렸다. 언제든 신곡을 들고 복귀하겠다는 조용필은 약속을 지켰다. 이제 팬과 시장이 변화를 맞이할 차례다. '가왕'의 컴백으로 기대되는 효과를 짚어봤다.

①연령 파괴
■ 세대벽 허물어 중장년 가수 복귀 물꼬 터

조용필의 올해 나이는 63세다. 회사원으로 치면 정년을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고 건재하다. 스케일에 치중하지 않았고 가볍게 툭툭 치듯 전자음을 활용하며 시대와 소통을 시도한 '바운스'는 이를 잘 보여준다.

조용필이 음악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다만 그 깊이를 더할 뿐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그가 물꼬를 트며 시장에서 사라졌던 중장년 층 가수의 재조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때마침 들국화ㆍ이문세 등이 대형 공연으로 팬들을 만나고 이승철ㆍ신승훈 등도 새 앨범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가 있다면 이전에는 그 세대의 팬층을 겨냥했다면 이제 다양한 세대와의 접촉을 늘릴 것이라는 점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조용필의 등장은 음악이 세대의 벽을 허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조용필이 물꼬를 텄으니 이제 후배 가수들이 보여줄 차례다"고 말했다.

②장르의 탄생
■ 댄스·트로트 아닌 '컨템퍼러리'의 태동

'바운스'를 비롯해 23일 공개될 19집의 키워드는 소통이다. 대중성을 내걸고 다양한 팬층에게 다가가겠다는 거장의 바람이 담겼다. 세밀한 감성은 여전하고 '꿈''큐'등에서 심금을 울렸던 목소리도 한결같다. 음정을 맞추는 오토튠을 사용하는 최근 음악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앨범을 동시대를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들을 수 있는 컨템퍼러리 음악의 탄생이라고 규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조용필이 보여준 음악은 전 세대 특히 30대 이상의 장년층이 즐길 만한 노래가 한 장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했다. 이번 앨범에서 그가 택한 선택은 중용에 따른다. 60대가 부르는 노래를 10대가 듣고 즐길 수 있는 까닭이다. '이렇게 상큼해도 되냐'는 리뷰가 시대의 총아 SNS를 타고 널리 퍼질 수 있는 이유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국내 음악계는 세대별 음악 취향이 극도로 갈리는 편이었다. 10대는 댄스아이돌에 심취하고 60대 이상은 트로트 흥을 즐겼다. 아쉽게도 20대에서 50대까지는 세대를 대표할 만한 음악을 찾지 못했다. 국내에서 명맥을 찾기 어려웠던 컨템퍼러리 장르가 이제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③추억 아닌 기념
■ '거장을 존중하라' 가요계 분위기 바뀐다

조용필은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았다. 조용필 측은 45주년이라는 무게감을 애써 감추려 한다. 여전히 현역인 그에게 45라는 숫자가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쑥스러워 하는 주인공을 위해 후배들이 나섰다. 23일 19집 전곡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프리미어 쇼케이스에는 자우림ㆍ박정현ㆍ국카스텐ㆍ버벌진트ㆍ 팬텀ㆍ이디오테잎 등이 그를 위한 헌정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윤종신 알리 린 박혜경 타블로 태양(빅뱅) 종현(샤이니) 강지영(카라) 조권(2AM) 손승연 등 다양한 후배 가수들이 '바운스' 공개 전후로 관심과 존경을 나타내며 SNS를 통해 자진해서 홍보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는 그간 거장의 음악을 존중하고 이를 기념하는 것에 인색했던 가요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렇다 할 음악 기념관 하나 없는 국내 실정은 K-POP으로 해외를 누비는 모습과 대비된다. 존경할 만한 거장의 획기적인 등장으로 그에 대한 예우와 기념을 하는 논의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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