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장옥정…' '대왕의 꿈' 역사왜곡·의상 논란
제작진 "퓨전사극… 완벽한 고증 동의못해" 주장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등장한 하이힐과 마네킹, KBS '대왕의 꿈'에 나온 드레스풍의 의상 등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왼쪽부터)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보여준다더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왜곡과 픽션이 난무한 드라마였나? 역사를 너무 심하게 왜곡한 것 같아 어이가 없다.'(김혜원)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높은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실존 인물들을 이렇게 마구잡이식 역사와 정반대로 바꿔놓으면 안 된다.'(윤한진)

8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최근 이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제작진이"장옥정을 조선 시대 판 패션 디자이너로 재해석했다"고 밝힌 드라마는 첫 회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장옥정(김태희)이 사대부가 부인들을 모아놓고 한복 패션쇼를 열고 세자빈 간택을 위해 옷을 주문하러 온 인현왕후에게 마네킹에 걸린 한복을 보여주는 등 시대 상황과는 동떨어진 장면 연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숙종의 세자 책봉식을 신하들이 거부하고, 인현왕후 민씨(홍수현)의 어린 시절 이름을 사후에 붙여진 시호인 '인현'으로 사용하는 등 역사적 사실에 위배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15일 방송된 3회에서는 장옥정이 달리는 신에서 하이힐처럼 굽이 높은 한복용 신발을 신고 뛰어가는 장면이 방영돼 논란이 됐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실수로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없다'(아이디 astx) '한복만 입은 현대극 느낌'(dering222) 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이 같은 논란 속에 11.3%(AGB 닐슨 기준)로 시작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16일 4회 방송분에선 7%로 주저 앉았다.

제작진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정통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을 지향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SBS 이현직 CP는 "사극을 통해 역사를 외우던 시절은 이미 지났고 고증이 완벽해야 한다는 관점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역사에 가미한 퓨전 사극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기존 퓨전 사극이나 팩션과 달리 조선왕조 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의 사료가 완벽히 남아있는 장희빈과 숙종, 인현왕후, 숙빈 최씨 등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숙종 후궁 장희빈'의 저자인 국민대 지두환 교수는 "사극의 역사 왜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드라마의 경우 상세한 사료가 남아 있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지 않아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한편 드라마의 고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은 지난달 30일 방영 분에서 승만왕후의 딸 연화공주(홍수아)가 웨딩드레스 풍의 퓨전 한복을 입고 나와 논란이 빚어졌다. KBS는 이에 대해 "제작진의 만류에도 배우 홍수아가 문제의 의상을 고집한 결과"라고 공식 해명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시대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화려한 의상이 사극을 휩쓸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반박했다.

한국드라마PD협회 전산 회장은 "일본 NHK 대하사극의 경우 나레이터가 객관적 사실을 시청자들에 전달해주는 방식을 통해 허구와 사실을 구분해준다"며 "한국 사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작진 내부의 반성과 역사를 심도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작가군의 양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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