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더 늦으면 깜찍 발랄 안무 못해"
이제 결혼도 하고 짝짓기 프로서 사랑도 외쳐

레인보우 컴백 무대
현재는 선물이라고들 한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지만 가장 소중한 건 지금이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요즘 걸그룹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그 선물을 기쁘게 받고 있는 듯하다.

"더 늦기 전에 부르고 싶었다"는 노래로 무대를 활보하고 "'소녀의 품격'을 지켜야 할 때"라며 현실을 직시한다. 성숙한 현재를 즐기는 걸그룹의 달라진 모습을 들여다봤다.

#지금이라 부를 수 있는 노래

14일 케이블채널 Mnet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컴백한 걸그룹 레인보우. 1년 8개월 만에 1집 앨범 '레인보우 신드롬'으로 돌아왔다. '에이(A)' '마하(Mach)' 등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모습과 달랐다. 타이틀곡 '텔미 텔미(Tell me Tell me)'는 화이트 톤의 청순한 비주얼과 깜찍발랄한 안무가 어우러졌다.

레인보우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지금이 아니면 부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더 김재경은 "우리가 없는 사이에 나이도 어리고 예쁜데다 실력까지 좋은 친구들이 데뷔했다"며 "20대 중반인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경쾌하고 밝은 이미지를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포미닛’ 남지현
새해 첫 날 가요계 컴백 스타트를 끊은 걸그룹 소녀시대도 지금이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규 4집 '갓 어 보이(Got a boy)'의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는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던 소녀시대와 달랐다. '오빠'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소원'을 들어주겠다던 이들은 '남자를 가졌다'며 '여자들의 수다'를 시작했다. 팬들은 평균연령 10대의 생동감도 좋았지만, 동갑내기 동성친구들과의 대화가 더 편해진 소녀시대의 모습도 반갑다는 반응이다.

#이젠 말할 수 있는 이야기

걸그룹의 성숙은 노래뿐 아니라 멤버 스스로에게도 변화를 안겼다. 지난달 5세 연상의 캐나다 출신 선교사와 결혼한 걸그룹 원더걸스의 선예. 그의 결혼은 '한 번 아이돌은 영원한 아이돌'이라 생각한 대중에게 현실을 새삼 깨우쳐준 일종의 사건이었다.

선예는 결혼에 앞서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서 연애사실을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대중의 사랑으로 성장하는 가수가 아닌 스스로 인생을 주도할 수 있는 성숙한 자아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선예뿐 아니라 요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그룹 멤버들을 보면 '이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소녀시대의 티파니는 "이젠 우리도 '소녀의 품격'을 지켜야 할 때 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연령 24.5세가 된 소녀시대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티파니는 "이젠 팬들이 우리를 대우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며 "매니저는 '양갈래 헤어스타일' 그만 하라더라"고 털어놨다.

‘시크릿’ 한선화
#앞으로 그려볼 수 있는 그림

성숙을 입은 걸그룹의 변화는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도 영원한 소녀시대로 남고 싶다"는 소녀시대 멤버들의 바람이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대목은 방송활동이다. '사랑'을 테마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의 주요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걸그룹 멤버들은 물론 케이블채널 tvN '더 로맨틱&아이돌'과 KBS 2TV 아이돌 판 '사랑과 전쟁' 등에서의 행보가 그 예다. 걸그룹 시크릿의 한선화 쥬얼리의 예원, 포미닛의 남지현, 스피카의 양지원, 투엑스의 은영 등 다양한 멤버들이 방송에서 사랑에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걸그룹은 아이돌 부류에서 사랑 연애 등 개인적인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철저한 사생활 관리로 가수로서의 활동에만 집중했다. "1등 하면 개인 휴대전화 사용 허락해달라"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종종 들렸던 소박한 바람은 현실이었다. 10대에서 20대 그리고 30대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걸그룹 멤버들도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난 모양새다.

KBS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과거연애경험 등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OO에게 대시를 받아봤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에 '걸그룹도 달라졌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사랑과 전쟁' 아이돌 판은 이런 변화된 자세를 활용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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