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지난해부터 부각된 '듣는 음악'의 강세는 아이돌 가수들의 상대적인 약세로 설명됐다. 아이돌 가수들의 부진은 K-POP이란 큰 틀을 약체로 만들기도 했다. 이제 12분의 1이 지났지만 2013년 K-POP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어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감성발라드만의 몫이고, 옛 추억을 곱씹게 하는 것이 복고장르만의 힘일까. 저마다의 방법으로 '힐링 뮤직'을 들려주는 K-POP의 업그레이드를 짚었다.

뮤지컬 같은 연출로 승부
■ 쉬운 노랫말에서 스토리텔링 시도

1월1일 올해 가요계를 화려하게 연 걸그룹 소녀시대. 정규 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는 미국 뉴욕타임즈도 주목한 K-POP의 파격을 선보였다. '아이 갓 어 보이'는 소녀시대가 데뷔 후 처음 시도한 스토리텔링에 감상포인트가 있다.

'지지지지 베이비 베이비'(지(Gee)) '나를 속였어 훗훗훗'(훗(Hoot)) '유 베러 런런런'(런 데빌 런(Run devil run)). 쉬운 노랫말로 반복되는 후렴구, '후크송'은 소녀시대 히트곡의 공통분모다. '아이 갓 어 보이'도 그 연장선상에 있지만 '여자들의 수다'라는 콘셉트로 한 편의 뮤지컬을 연출한 듯한 무대 구성이 인상적이다.

'얘 요즘 남자가 생겼나? 왜 이렇게 예뻐졌지? 화장품 바꾼 건가?'라는 여자들의 질투, '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화장 안 한 모습 보여줘도 될까?'라며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 쓰는 여자들의 속마음을 랩과 추임새로 세심하게 살려냈다.

씨엔블루- ‘아임 쏘리’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아이 갓 어 보이'를 특히 여성 팬들이 좋아해줬다"며 "지금까지 소녀시대의 노래들이 '남자친구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였다면 이번엔 '우리끼리 신나게 놀고 싶은 노래'로 공감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숙한 감성 '공감 100%'
■ 섹시 퍼포먼스에서 감수성 가미

걸그룹 씨스타의 유닛프로젝트 씨스타19으로 컴백한 효린과 보라. 두 사람은 건강미의 대명사, 섹시의 아이콘이다. 이러한 이미지와 함께 '19'란 숫자가 주는 오묘함까지 섞였다. '마 보이(Ma boy)'로 데뷔한 씨스타19는 우리나라 걸그룹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섹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대표급으로 부상했다.

최근 '있다 없으니까'로 컴백한 씨스타19는 예상을 빗겨갔다. 티저로 공개된 영상에선 보라와 효린의 한층 성숙한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막상 공개된 음원은 성적(性的) 어필이 전부가 아니었다. '네 욕실에 칫솔이 있다 없다' '니 전화기는 없는 번호로 나와' '빠진 머리카락이 있다 없다' 등 일상에서 느껴지는 이별 후유증을 실감나게 드러냈다. '생활이별테마송'이라 불릴 만큼 여성 팬들의 공감대를 높였다.

'마 보이'와 달리 감수성을 살린 곡을 타이틀로 세운 점 때문에 씨스타19의 성장이 보다 세련되게 느껴진다는 평도 있다. '마 보이'와 비슷한 느낌의 수록곡 '나도 여자인데(A Girl In Love)'보다 알앤비(R&B) 장르인 '있다 없으니까'로 여성 팬층까지 공략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씨스타19 - ‘있다 없으니까’
춤·노래만? 작곡도 한다!
■ 자작곡으로 진정성 업그레이드

멜론 벅스 네이버 엠넷 등 각종 음원사이트 인기차트 10위권에 진입한 곡 중엔 '자작곡의 선전'도 눈에 띈다. 가수 보아가 지난달 데뷔 후 첫 한국콘서트에서 공개한 신곡 '그런 너(Disturbance)', 비슷한 시기 컴백한 밴드 씨엔블루의 타이틀곡 '아임 쏘리(I'm sorry)'가 대표적이다.

보아는 '그런 너'에 앞서 지난해 정규 7집을 발표해서 타이틀곡 '온리 원(Only One)'으로 데뷔 후 첫 자작곡 타이틀로 활동했다. 이는 씨엔블루도 마찬가지다. '작곡돌'로 소문난 이들이었지만 막상 국내에서 활동한 앨범 대표곡들은 히트작곡가들의 작품이었다.

K-POP 열풍의 선봉에 있는 보아와 전 세계 무대에서 'K-밴드'의 위상을 알리고 있는 씨엔블루가 자작곡 활동을 전면에 세웠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K-POP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없는 가사와 군무로 잘 짜인 일렉트로닉 장르'라는 한계를 넘어 진정성을 살린 듣는 음악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씨엔블루의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늘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웠기 때문에 우리끼린 크게 달라진 걸 모르지만 일반 대중은 다르다"며 "앨범의 얼굴인 타이틀이 자작곡이라는 점 때문에 음악에 접근하는 마인드 자체를 달리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아- ‘그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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