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베를린'(감독 류승완ㆍ제작 외유내강). 이 영화의 촬영을 위해 주연 배우들과 제작진은 지난해 두 달간 독일 베를린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머물렀다.

평소 애주가 소문난 하정우는 '베를린' 속 요원의 모습으로 살아보기 위해 맥주가 맛있기로 유명한 독일에서 '금주'를 선언했다. 비록 술은 없었지만 하정우의 곁에는 밥솥이 있었다. 해외 촬영 경험이 많은 하정우는 장기간 체류하며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기 위해 밥솥까지 챙겨가는 열정을 보였다.

류승완 감독은 "배우들 간의 음식 호흡이 중요했던 것 같다. 아무 것도 준비해가지 않았던 류승범은 현지에서 식기구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해먹었다. 해외 로케이션 때는 음식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정우의 한국 음식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라트비아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동료 배우들을 거둬 먹였다. "하정우는 요리를 굉장히 잘 한다"고 운을 뗀 전지현은 "라트비아에서 직접 김치를 담글 정도였다. 해외 촬영이 길어 이야깃거리가 고갈되다 보니 김치 만드는 레시피를 나열하더라. 여자 스태프는 오히려 요리를 안 하고 사먹었다"고 말했다.

'베를린'의 맏형인 배우 한석규 역시 요리사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손수 자장면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먹이면서 제조법을 말해주기도 했다. 하정우는 "한석규 선배님은 누룽지 삼계탕 해물파전 등을 만들며 요리를 생활화했다"며 웃어 보였다.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국의 음식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해외 유수의 영화제 단골손님인 홍상수 감독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밥솥과 밑반찬을 챙겨 나간다. 홍상수 감독과 함께 여러 차례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유준상은 지난해 '다른 나라에서'로 또 다시 칸에서 국내 언론과 만나 "칸에서 묵과 오이 소박이까지 먹을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외에도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도둑들'의 마카오 촬영 때는 배우 김윤석 김혜수 등이 나서 음식솜씨를 발휘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국내보다 촬영 여건이 좋지 못한 해외에서는 잘 챙겨먹고 기운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해외 촬영 노하우를 알고 있는 출연진과 제작진은 해외 로케이션을 떠날 때 한국 음식 준비부터 철저히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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