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워쇼스키 감독과 멕시코여인 변신
배구·수화·탁구… ' 배우면서 촬영' 익숙
일본·미국 진출 이어 또 깜짝 놀라게 해야죠

"제 필모그래피 아름답죠?(웃음)"

박찬욱 봉준호를 거쳐 야마시타 노부히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톰 티크베어, 워쇼스키 남매. 배우 배두나가 함께 한 감독들이다. 거장으로 불리는 이부터 천재로 일컬어 지는 이까지, 말 그대로 화려하다. 정작 본인은 욕심이나 야망과는 거리가 멀다. 느리고 또 여리다. 그 순수함이 그의 매력이었다.

"딱히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은 없었어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감독 앤디 &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ㆍ수입 블루미지ㆍ개봉 9일)로 톰 행크스ㆍ휴 그랜트ㆍ할리 베리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배두나의 말이다.

그럴만했다.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행보였다. 모델로 데뷔한 그는 타고난 표현력과 신비로운 분위기 덕분에 '스타'가 아닌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연기력으로 도마에 오른 또래의 모델출신 연기자들과 궤를 달리했다. 깐깐하고 알차게 작품들을 꿰어나갔다.

"그러다 우연히 기회가 왔어요. 누가 들어도 좋은 감독님들이었죠. 도전이라 생각한 적도 없고, 두렵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무조건 하는 거였죠."

배두나는 이번 작품에서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언어로 연기했다. 언어 지도사(Dialect coach)의 뉘앙스를 그대로 따라 할 것이 걱정이 되자 그는 현장 스태프 10여 명에게 대사를 읽어달라고 했다. 여러 명의 표현을 종합해 체화시켰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연기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항상 뭘 배웠어요.(웃음) 배구(굳세어라 금순아) 수화(복수는 나의 것) 양궁(괴물) 탁구(코리아). 이제 배우면서 하는 데에 단련이 됐어요.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일을 성취했을 때 희열이 커요. 중독됐나 봐요."

편하게 연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고 물으니 "왜 없겠냐"고 반문했다. "무언가 배우지 않으면 영화 속에서 더 날아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봤다"고 웃었다. 이어 특별한 설정이 없는 평범한 역할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극 중 배두나가 맡은 복제인간 손미-451의 역할은 상당하다. 그보다 한 작품에서 전혀 다른 세 가지 캐릭터를 보여준다는 사실이 그를 흥분케 했다. 멕시코 여인 역에 대해 그가 보여준 애정은 더욱 뜨거웠다.

"멕시코 여인은 표현방법이 굉장히 독특해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A4 1장이 넘는 스페인어를 해야 했죠. '따발총' 스페인어를 했는데 스페인어를 쓰는 관객들이 대사를 알아 들었다는 거예요. 정말 뿌듯했어요. 그 신을 찍고 티크베어 감독님이 안아줬어요. 절 처음 봤을 때 조용해서 멕시코 여인 역이 상상도 안 됐었다고 했죠."

일본 진출과 할리우드 진출. 그는 팬들을 놀라게 할 일을 또 준비하고 있을 것 같았다. 의뭉스런 표정을 지으며 "깜짝 놀라게 해드릴 거라면 이왕 감출 때까지 감추겠다"고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저 스스로도 놀랐으니까요. 관객에겐 언제나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전 제 자리를 지킬 거고요. 다 같이 놀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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