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친딸'서 개그맨·영화 주연까지

'이대 출신 연예인'부터 '미녀 개그우먼'까지. 곽현화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많다. 최근에는 영화 '전망좋은 집'(감독 이수성)의 주인공 자리까지 꿰차며 연기 영역까지 섭렵했다. "어떤 표현이 가장 좋냐"는 질문에 곽현화는 주저없이 "개그우먼"이라 답했다. 순식간에 표변하며 뿌리를 부정하는 숱한 이들과 달리 곽현화는 자신의 시작을 잊지 않는 굳은 심지를 보여줬다. 걸음걸음 화제와 관심을 모으는 곽현화를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한번에 합격… 김준현·허경환 동기
■ 개그 콘서트

곽현화는 그 어렵다는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단박에 합격했다. 김준현 박성광 박지선 허경환 등 현재 KBS 2TV 예능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를 이끄는 주축들이 곽현화의 막강 동기다. 게임 방송을 3년간 진행하다가 개그맨들과 친분을 쌓은 뒤 응시한 시험에서 덜컥 합격했다. 하지만 곽현화는 과감히 '개그 콘서트'를 나와 독자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아쉽지 않냐"는 우려가 많지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곽현화. 그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앨범을 낸 후에는 정말 돌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들은 저 멀리 있고 나 혼자 뚝 떨어진 느낌이었죠. 이제는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여전히 동료들과는 자주 연락하고 술마시며 잘 지내고 있죠. 이제는 저보다 예쁘고 연기 잘 하는 개그우먼들이 많아서 돌아가도 설 자리가 있을까요?(웃음) 서로를 응원하며 각자의 길을 가는 지금에 만족해요."

대학연극동아리서 쌓은 내공 그대로
■ 연기

곽현화의 연기 도전을 갑작스럽지 않다. 영화 '전망좋은 집' 출연 전에도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와 '너는 내 운명''스타의 연인' 등에 얼굴을 비쳤다. 대학교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갈고 닦은 솜씨 덕에 그 흔한 연기력 논란없이 여기까지 달라왔다.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조금씩 기회가 오기 시작했죠. 대학교 4학년 때 대학내일신문과 인터뷰하며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얼마 전 우연히 그 신문을 다시 본 후 잊었던 꿈을 다시 찾아가고 있죠. 영화 제작사에서 출연 제안과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숨기는 것보다 내 목소리 내야 진짜
■ 노출

'전망좋은 집'은 소규모 개봉 영화였지만 곽현화의 첫 주연작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 배경에는 "곽현화가 노출 연기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물론 이 영화 속에는 노출 장면이 담겼지만 대중이 상상하는 '그런 장면'은 아니다. 막상 영화를 보면 오히려 곽현화는 내면 연기로 더욱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곽현화=노출'이라는 등식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노출만 부각되는 건 걱정이지만 괜찮아요. 그런 꼬리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벌써 산 속으로 들어갔지 않을까요? 수긍하고 초월한 단계죠. 전 스스로 "나는 참 섹시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나쁜 건가요? 제가 생각하는 섹시함은 당당함과 솔직함이에요. 숨기고 아닌 척하기 보다는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멋진 일이라 생각해요."

트위터로 소통?… 이대출신 덕ㅋㅋ
■ 이화여대

따지고 보면 곽현화는 대한민국 연예계에 없던 캐릭터다. 감추기보다는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대중을 설득한다. 대중의 논란에 대해 곽현화처럼 트위터를 통해 당당히 맞선 여성 연예인이 있었던가. 그 배경에 사실 그가 '이화여대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숨어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좋은 대학=의식 있는 사람'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곽현화의 노림수는 아니지만 그가 가지는 메리트 임은 분명하다.

"(웃으며)이대 안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이대 타이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발언을 했을 때 '뭔가 생각이 있겠지'라고 조금이나마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거죠. 그래서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서 교수님들과 학교 관계자들께도 보답하고 싶어요. 이대에서 행사가 있을 때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하하."

꾸밈없는 직설화법 그녀의 생존이유
■ 곽현화

곽현화와의 대화는 신난다. 그가 달변이어서도 아니고 외모가 섹시해서도 아니다. 좋은 학교 출신이어서는 더더욱 아니고 빵빵 터지는 유머감각을 발휘해서도 아니다.

적어도 그는 꾸밈이 없다. 동문서답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돌직구처럼 날리고, 타인의 돌직구 질문도 피하지 않고 정확하게 받아낸다. 그리고 리액션이 좋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사람 관계를 만들어갈 줄 안다. 여러 논란과 소문 속에서도 그가 살아남고 연예 관계자들이 그를 쓰는 이유다.

"20대 때부터 '난 뭐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어요. 뒤늦게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죠. 개그우먼이지만 그리 웃기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 만은 변함없었어요. 꼭 '개그 콘서트'가 아니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누군가에겐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과감히 나온 거고 제 길을 가고 있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걷고 있는 곽현화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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