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로들의 이유 있는 활약
아이돌 일색 가요계에 싫증
가수 서바이벌 프로와 오디션 열풍으로
가창력 갖춘 '보컬리스트' 급부상
음원 소비 연령층도 다양해져

에일리
이하이 로이킴 케이윌 에일리 미쓰에이 현아 가인 김종국 에픽하이 홍대광. 지난달 29일 오후 한 음원사이트의 인기차트 순위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순위는 지워보자.

솔로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날 데뷔 싱글을 발표한 이하이를 비롯해 3년 만에 7집 정규앨범을 발표한 김종국까지 남녀 솔로대결도 치열하다. 굳이 차트를 따져보지 않아도 가수 싸이 하나로 올해 가요계는 가히 ‘솔로 올킬’의 해라 할 만하다. 솔로들의 이유 있는 활약을 들여다봤다.

#아이돌형 ‘보는’예능에서 가수형 ‘듣는’무대로

여전히 예능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로 제 몫을 다하는 주인공은 아이돌가수들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열광하는 방송 프로그램 환경은 달라졌다.

KBS 2TV ‘전설을 노래하다: 불후의 명곡2’(연출 고민구ㆍ이하 불후)는 토요일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MBC ‘일밤’의 ‘나는 가수다2’는 물론 하반기 방송가를 주름잡는 오디션프로그램 열풍도 TV환경을 ‘가수형 무대’로 바꿨다.

현아
올 초 ‘헤븐(Heaven)’으로 데뷔해 최근 신곡 ‘보여줄게’를 발표한 에일리는 ‘불후2’가 키운 신인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발표된 음원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은 에일리는 이러한 관심을 신곡의 인기로 이었다. ‘이러지마 제발’로 힙합리듬을 가미한 발라드 곡을 발표한 케이윌. 그도 ‘불후2’에서 보컬리스트로서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냈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아이돌형 예능에서 가수형 무대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지면서 듣는 음악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며 “상대적으로 이런 방송환경에 적합한 솔로가수들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유불급의 차트공멸

미쓰에이가 유일한 아이돌그룹으로 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현 상황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에 대한 싫증이 반영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30팀이 넘는 신예 그룹의 데뷔는 지난해 대비 두 배 가량 증가됐다.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고 누구의 노래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과유불급이 오히려 ‘차트공멸’이란 역효과를 냈다는 것.

반면 그룹 내 솔로들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호기심까지 자극하는 시너지를 냈다. 같은 재료여도 요리법이 다르면 맛도 천차만별이 되는 법. 그룹 내 솔로들의 강세는 두드러졌다.

김종국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에서 솔로로 컴백한 가인이 ‘피어나’로 통통 튀는 매력을 뽐내고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자솔로가 된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도 ‘아이스크림(Icecream)’의 음원강세를 보이고 있다.

SBS ‘인기가요’의 한 관계자는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이 상반된 성적을 내는 이유는 변화에 대한 기대심리 덕도 있다”며 “인지도를 갖춘 멤버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폭발력이 더 크지 않겠나”고 전했다.

#소비주체 10대에서 30대로

올해 문화코드가 1990년대 방점이 찍힌 현상도 큰 틀에서 솔로들의 활약을 도왔다.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 열풍으로 문화의 소비주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아이돌 팬덤의 주된 층인 10~20대 여성에서 회귀본능이 발동한 30~40대 여성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시류에 따라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나얼이나 김종국, 가수 김장훈 등이 환영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떠들썩한 구호나 사생활을 쫓는 열성은 없지만 묵묵히 음악을 듣고, 음원을 다운로드 받으며 앨범을 구매하는 ‘동년배 팬’들이 마음 둘 곳을 찾았다는 의미다.

가인
한 가요관계자는 “데뷔 후 처음 솔로앨범을 낸 나얼이나 3년 만에 돌아온 김종국, ‘나와 같다면’ 이후 오랜만에 발라드를 낸 김장훈 모두 반가운 얼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듣는 음악의 중요성이 대두된 요즘 가장 반길만한 주인공들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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