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위장 유명인 병원 침실서 2~3시간 투약
● 신종 마약 프로포폴 검찰수사 확대
장자연 사건 계기 주목 불법 유통경로 본격 추적
수면유도제 오·남용 정·재계서부터 연예계까지 투약 리스트 증언까지 확보

마약과 마취제의 경계선에서 외줄타기를 해오던 프로포폴(Propofol)의 남용 현상에 검찰이 단속의 몽둥이를 들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성진)는 지난 10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프로포폴을 시중에 불법 유통시킨 전직 의사와 투약자 등 10여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간호조무사 출신으로 출장을 다니며 프로포폴을 주사해온 일명 '주사 아줌마' 와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몰래 빼돌린 서울 강남소재 병원 사무장,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유흥업소 여성 등 6~7명을 체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프로포폴을 빼돌린 경위와 구체적인 유통 경로, 조직적인 공모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특히 검찰은 프로포폴의 유통망을 파헤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판매자들로부터 프로포폴을 구입해 투약해온 사회지도층 인사도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검찰이 유통망 수사와 더불어 구매자 리스트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소위 "떨고 있다"는 저명인사들 이름이 나올지 주목된다. 연예인, 재계 인사, 고위공직자 등을 가리지 않고 특정 유명 인사들이 프로포폴을 구입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유심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포폴 불법 구매 투약 혐의로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격 수사에 앞서 이미 방송인 A(30)가 프로포폴 투약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방송가 주변에서는 연말 '연예가 괴담'이 올해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 어디까지 알고 있나

검찰은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취급자가 한정돼 있는 만큼 제약업계나 병원에서 관리 소홀로 인해 대량으로 반출됐을 것으로 보고 유통경로를 캐고 있다. 또 병원이나 제약사 관계자가 암묵적으로 불법 유통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미 수년 전에도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나 산부인과 등 일부 병원들을 중심으로 정식 진료행위나 처방전을 발급하지 않고도 임의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거나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한 적이 있다.

2010년에도 검찰은 프로포폴을 오ㆍ남용하거나 외부로 빼돌린 병원을 수사해 관련자들을 처벌한 바 있다. 이때 검찰은 방송·연예계 인사나 재계 인사와 그 주변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성형외과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이미 '장자연 자살사건'이 불거진 직후 프로포폴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관련자 리스트를 일부 확보하기도 했으나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수사하기는 처음이다. 검찰은 이후 꾸준히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팔거나 투약한 이들을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는 머지 않아 나올 수도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미 연예인 재계인사 정·관계 고위인사 등이 프로포폴 사용한 정황을 파악했으며, 리스트도 확보한 상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찰 내부소식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검찰은 '장자연 자살 사건'을 계기로 프로포폴에 대해 주목했다"며 "이후 병원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이 약을 투약해 왔음을 파악하고 이미 상당 분량의 리스트도 확보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민감한 부분이 있어 수사에 신중을 기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A씨가 검찰에 검거되면서 "검찰이 방송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A씨의 투약 혐의를 조사하는 것과 별도로 A씨가 구입한 프로포폴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유통 경로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A씨와 같이 구매했거나 함께 투약한 적 있는 연예인이 다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검찰이 프로포폴의 유통 경로를 어느 정도까지 파악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과거 검찰이 조사한 병원과 투약자들을 수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유통경로의 상당부분을 파악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투약자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

'주사 아줌마'들이 빼돌린 프로포폴은 유흥업소 종업원 등 주로 20~30대 여성에게 1병당 20만원에서 비싸게는 200만원에까지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이 이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병원 관계자들이 빼돌린 것들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병원의 경우, 이 병원의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고 약을 외부에 전달하고 돈을 수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간호사가 프로포폴 배달원인 것이다.

하지만 은밀히 이뤄지는 불법 행동이 대거 그러하듯, 프로포폴의 불법 유통단속도 쉽지만은 않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부 투약자들 중에는 병원 환자로 위장해 병원에서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 성형외과는 단골손님들에게 숙박시설처럼 꾸며진 병실을 내 주고 그 방에서 약을 투여했다. 물론 병원 기록에서 해당자들이 환자인 것으로 위장 기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포폴 투약자로 암암리에 소문이 난 인사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도 끼어 있다.

우선 방송 연예 인사들을 살펴보면 모 방송국 PD K씨를 비롯해 연예인 S씨, L씨와 방송인 J씨, H씨 그리고 모 기획사 대표 B씨와 다른 기획사 관계자 C씨 등이 있다.

또 아이돌 등 가요계 관계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 예능에 자주 출연하는 가수 O씨, G씨 등도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검찰이 이미 다른 투약자들과 판매자들에 의해 증언까지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프로포폴을 판매한 병원에서 근무한 적 있다는 한 인사는 "프로포폴이 마약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대부분의 개인병원에서 오ㆍ남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마약류로 지정이 된 이후 프로포폴 남용이 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마약으로 인식되면서 암암리에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내가 문제의 병원에 근무할 당시 재계 인사들도 병원을 찾아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특별히 마련된 병실에서 투약한 뒤 3시간가량 머물다 갔다"며 "병원에서 이들에 대한 진료기록을 위조해 투약자를 환자로 둔갑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약'

그에 따르면 프로포폴은 일종의 숙면 유도제다. 환각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독현상이 심각한 약물도 아니다. 그러나 마약으로 용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찾는 VIP들 중에는 숙면을 취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이 인사는 말했다. 업무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와서 이 약을 투약한 뒤 수면을 취하고 간다고 한다. 피로회복제인 셈이다. 이 인사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재계인사들도 여러 명이었다.

이 인사는 "누구인지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재계 인사들부터 유명 기업의 임원들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며 "일부는 외부에서 배달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간호사가 가방에 약을 싸 들고 가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 부분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수사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이 인사는 "내가 알기로 검찰에서 대부분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받은 한 주변 사람이 '검찰에서 묻는 대로 다 말했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프로포폴을 투약한 재계 인사들을 살펴보면 건설업체 모 사장, ○○기업 부사장, 공기업 고위 간부, 언론사 관계자 등이다. 고위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투약했다는 고위공무원은 이미 대부분 퇴직자들이거나 지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서울수면센터에 따르면 수면마취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프로포폴이다. 프로포폴은 수면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도 처방된다.

평소에 수면을 7시간 이상 밤 12시 이전에 잠을 자는 건강한 수면리듬을 가진 사람들은 프로포폴을 찾지 않는다. 수면 리듬이 깨진 특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쉽게 수면을 취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찾는다.

지난달 17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남의 피부과 병원 여의사 김모(41)씨의 사인(死因)이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소견이 나왔다. 수사 고위 관계자는 "김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김씨에게서 치사량이 넘는 프로포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날 출장에서 돌아온 후, 피곤하다며 자신의 팔에 프로포폴을 주사하고 잠이 들었는데, 뒤늦게 김씨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한 가족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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