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가요계 판도
빅스타들 정면승부 피해 컴백
해외일정 많은 탓도… 흥행엔 '찬물'
음악프로 출연 열에 아홉은 신인 아이돌
무대 완성도 떨어지고 낯설어

싸이
3분기에 접어든 2012년. 데뷔 12년차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미국을 들썩이는 중이다.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그룹 버스커버스커가 초 단위로 바뀌는 차트시장을 시 단위로 늘리는 돌풍도 일으켰다. 관록과 신예의 별이 빛을 발했지만 올 가요계 전체를 밝히기엔 부족했다. 신인 아이돌그룹이 쏟아졌지만 가요계는 풍성하지 못했고 기존 가수들이 오랜만에 국내 컴백했지만 예상보다 싱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 가요계의 극과 극 현상을 꼽았다.

#라이벌이 없다

현재의 라이벌은 전생의 연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각별한 관계라는 뜻일 터. 경쟁 속에 발전이 있고 스타를 응원하는 팬덤 역시 견고해진다.

올해는 빅매치는 있었지만 라이벌은 없었다. 오랜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가수 보아와 싸이가 같은 날 신곡을 공개했고, 올초 그룹 빅뱅과 원더걸스가 시간차 컴백으로 차트를 달궜다.

하지만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동방신기와 SS501 등 같은 파이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은 없었다. 올해뿐 아니라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이후로 뚜렷한 라이벌로 비교할만한 팀이 사라진 분위기도 우려로 비춰지고 있다.

카라
한 가요관계자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정면으로 붙기보다 조금씩 시기를 맞물려 컴백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시장도 중요하지만 해외일정이 많아진 탓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같은 시기에 활동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오랜만에 컴백인데 라이벌 구도로 관심이 분산되는 일을 피하고 싶지 않겠나"고 분석했다.

흐릿해진 라이벌 구도는 '싱거운 반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각자 응원하는 스타만 바라보는 심심한 팬덤문화는 음원차트에서 반영됐다. 슈퍼주니어 애프터스쿨 제국의아이들 등 기존 아이돌그룹이 발표한 신곡들은 반짝 인기에 그쳤다. 한 동안 차트 중위권에 머문 성적은 이들의 이름값에 못 미친다는 씁쓸한 평을 받았다.

MBC 음악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라이벌 경쟁이 가수를 넘어 팬덤으로도 확장돼 흥미거리를 많이 만들었다"면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수들의 인기에 따라 팬덤도 각자의 문화를 형성했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넘치는 신인… "누구지?"

라이벌의 공백을 메운 건 신인이었다. 지난 9일 SBS '인기가요' 출연자 명단에는 총 25팀이 이름을 올렸다. 카라 티아라 제국의아이들 럼블피쉬와 가수 이루를 제외하곤 신인급 출연자였다. B.A.P 피에스타 팬텀 빅스 이엑스아이디 투포케이 스카프 이블 테이스티 투엑스 씨클라운 에이오에이 등 20여개 팀이 모두 신인이었다.

원더걸스
흥미로운 점은 올해 9월까지 데뷔한 신인그룹이 총 32팀이라는 사실. 이들 중 과반 이상이 같은 시기에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인기가요' 출연자 명단과 비교해보면 올해 신인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체감할 수 있다. 2011년 9월11일 '인기가요' 출연자는 슈퍼주니어 인피니트 씨스타 엠블랙 등 총 16팀이었다. 전체 출연팀의 수 자체가 적었다. 신인 역시 에이프릴키스와 벨라 두 팀뿐이었다. "요즘 아이돌그룹은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대중의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양 속에 질이 있다지만 음악프로그램의 경우는 다르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 대거 출연하는 음악프로그램은 시청몰입을 낮춘다. 신인은 기존 그룹에 비해 무대 완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체 출연자가 많은 탓에 4분여의 전곡을 2분 내외로 잘라서 무대를 완성해야 한다.

'줄줄이 사탕' 식 무대연출은 프로그램의 질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는다.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의 음악프로그램 시청률이 3~5%(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대에서 고전하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셈이다.

KBS 2TV '뮤직뱅크'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아이돌그룹은 쏟아지는데 음악프로그램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다"며 "하지만 음악프로그램도 많지 않은 상황에 신인이 잡을 기회는 더욱 적다는 걸 생각하면 이들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테이스티
피에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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