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힙90' 열풍
B.A.P- 노래도 스타일도 H.O.T 분위기 물씬
에이젝스- 데뷔곡 '원 포 유' 무대서 젝스키스 '백 다운' 동작 재현
비투비- 미니앨범 수록곡 '와우' 무대 바비 브라운·듀스 연상시켜

B.A.P
신예 그룹들의 1990년대 유행 따라잡기가 한창이다. 이들은 1990년대 음악 분위기의 맛을 유지하며 최신 트렌드의 멋을 입히는 '힙(Hip) 90'열풍에 경쟁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는 가요계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상반기에는 영화 '건축학개론'이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작에 올랐다. 하반기의 시작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7'이 열었다. 영화와 방송을 거쳐 이제 대중음악도 1990년대 재해석에 합류한 셈이다.

'쌈박한(Hip)' 90년대 따라잡기에 빠진 최근 가요계의 현상을 짚어봤다.

#역발상! 90년대 히트곡에서 배워라

12일 두 번째 미니앨범 '프레스 플레이'를 발표한 그룹 비투비. 이들의 타이틀 곡 '와우'의 무대는 1990년대 중반을 풍미한 바비 브라운과 듀스를 떠올리게 한다. 선이 굵은 춤을 추기 좋게 똑똑 떨어지는 비트를 최근 일렉트로닉 리듬에 얹었다.

에이젝스
그룹 비에이피(B.A.P)는 데뷔부터 원조 아이돌그룹 에이치오티(H.O.T)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워리어''파워''노 머시'등은 강렬한 힙합 비트 위에 크럼프와 록의 요소가 가미됐다. 강렬한 전사의 느낌으로 웅장한 무대를 꾸며왔다. 그룹 에이젝스도 마찬가지. 데뷔 곡 '원 포 유'에서 15년 전 젝스키스 재덕이 선보였던 '백 다운(Back Down)' 동작을 재현해 관심을 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올해 데뷔한 새내기 그룹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유행 코드를 입고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쏟아지는 아이돌 홍수 속에 신인그룹에게 차별화가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 코드를 재해석하면서 친근함을 더하는 동시에 실패 요인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마르지 않는샘' 90년대를 만나다

1990년대는 가요계의 황금기로 통한다. 김건모 신승훈의 등장으로 밀리언 셀러가 등장했고 서태지를 필두로 젊은 가수들의 등장으로 10대가 문화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시기이기도 했다. 트로트와 댄스 일색이던 가요계에 힙합과 알앤비, 발라드가 탄력을 받던 시기기도 하다.

후세 뮤지션들에게는 히트를 위한 '정석'이자 '교본'이 될 것이고, 현 제작자들에게는 리메이크 구미가 당기는'보물 창고'요 '마르지 않는 샘'이다. 단기간에 주목을 끌어내야 하는 신예 아이돌에게는 이 보다 좋은 텍스트가 없을 정도다.

비투비
영화와 방송의 1990년대 재조명 바람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서인국과 정은지가 당시 히트곡인 쿨의 '올 포 유'를 불러 지드래곤의 '그XX'와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을 제치고 주요 음원차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990년대 감성의 상품성이 검증된 좋은 사례다.

서인국의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는 "1990년대와 현재를 오가는 드라마의 배경처럼 원곡을 기억하는 30대 이상은 추억을 떠올리고 처음 듣는 10대는 신선한다는 반응이다"면서 "노래 한 곡을 통해 세대간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넓혀야 산다 '팬층 확장 프로젝트'

가요계의 1990년대 재조명 분위기는 신인 그룹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현 가요계는 눈뜨고 나면 신인이 등장할 정도로 유례없는 신인의 홍수를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50개 팀이 넘게 데뷔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사자인 신인그룹 간의 경쟁이 치열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주된 팬층인 10대 시장이 급격하게 레드오션이 되면서 신인 아이돌들은 경쟁이 덜 치열한 30대 이상 세대의 시장까지 노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신인 아이돌에게는 최근 90년대 재조명이 문화를 추억하고 계승하는 낭만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바로 살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라는 것.

한 가요계 관계자는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30,40대들은 경제력을 갖춘데다 20대 못지 않게 문화 소비에 능동적이고 유행에 민감하다"면서 "한정된 10대 시장 확보를 위해 다수의 신인그룹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제작자들은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면서 장년층까지 팬층으로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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