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용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누구도 누려보지 못한, 전세계의 주목을 단박에 끌어 낸 싸이. 그는 4일 저스틴 비버의 소속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유니버셜 리퍼블릭 레코드와 음반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5일 미국으로 건너가 싱글 발매와 투어, 프로모션 등 현지 활동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는 싸이가 '월드스타'로 부상할 수 있을지 판가름될 본 게임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유의 친화력과 독특한 캐릭터로 세계 시장에서 장수할지 아니면 코믹 캐릭터의 발칙한 반짝 해프닝으로 사라질지는 이제 전적으로 싸이에게 달렸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아 SWOT 방식으로 그의 오늘을 분석했다.

거물급 제작자와 '야자'트는 친화력
■ 강점(Strength)

'강남스타일'은 전적으로 캐릭터의 노래다. 코믹한 상황에서 진지함을 유지하는 싸이의 캐릭터는 노래가 가진 힘의 원천이다. 동양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캐릭터는 도발적이고 진취적인 그러면서 재기발랄한 유머가 넘친다. 밉상을 연기하지만 친근하다. 같이 놀고 싶은 괴짜 캐릭터다.

뮤직비디오 속 캐릭터는 현실 속 싸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천문학적인 몸값의 할리우드 스타와 '말춤'을 출 수 있고 거물급 제작자와 소주를 마시며 '야자'를 트는 싸이의 친화력은 분명 월드클래스다.

여기에 영어 구사가 자연스럽고 공연에 특화됐다는 점도 싸이의 오늘 보다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점이다.

강렬한 캐릭터 '냄비 인기' 우려
■ 약점(Weakness)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전세계 알린 것은 음악적 완성도나 빼어난 가창력이 아니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에 따라하기 쉬운 안무, 여기에 싸이만의 강한 캐릭터가 혼합돼 단박에 그의 존재는 전세계에 알려졌다.

강렬한 캐릭터는 동전의 양면을 떠올리게 한다. 강한 임팩트 만큼 금세 식상함을 주기 쉽다. 극단적인 변화를 꾀하다 자칫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강남스타일'의 후속작인 '오빤 딱 내 스타일'이 과도한 비음 효과(?)로 전작에 못 미치는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그 방증이다.

국내에서 숱한 히트곡을 작곡한 싸이의 음악성 대신 캐릭터가 먼저 부각된 것도 향후 활동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트렌드에 따라 그의 캐릭터가 빠르게 소비될 가능성은 이 지점에서 발견된다.

'라이브 강자' 오프라인 진가 발산
■ 기회(Opportunity)

그럼에도 싸이에게 미국 시장은 '약속의 땅'이다. 라이브 무대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모션은 무대에서 폭발하는 그의 진가를 확인할 좋은 기회다. 유튜브 등지의 온라인에서 얻은 명성을 실제 무대인 오프라인에서 확인시킬 때다.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한 개의 싱글만 흥행을 거둔 가수)'에 그친다고 해도 미주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쌓는다면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시장도 노릴 수 있다.

전세계 전역에 불고 있는 K-POP 붐도 반갑다. K-POP의 한층 넓어진 저변은 싸이의 든든한 배경이다. K-POP의 주력부대인 댄스 아이돌과의 차별화(?)로 그의 존재감은 무게를 더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그가 다른 국내 가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벌일 때는 새로운 시장 확보도 기대된다.

'슈스케4' 등 韓美 일정 조율 관건
■ 위기(Threat)

국내 첫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싸이는 그의 고민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은 지난해 한국과 영국의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고질적인 부상을 우려해 국가대표를 은퇴했다. 싸이 역시 해외활동 타진을 위해 미국을 두 차례 방문하며 물리적 거리를 실감했을 것이다.

다른 일정은 차치하더라도 심사위원으로 등장하는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 4'은 그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강남스타일' 싱글 발매와 현지 프로모션 일정과 '슈퍼스타K 4'의 본선 일정이 겹치면서 쌓여가는 항공 마일리지 만큼 그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밀린 광고촬영과 방송 출연 등도 그의 인기에 따라온 숙제 같은 존재다. 국내와 해외 활동의 지혜로운 배분과 효과적인 조율은 그에게 남겨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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