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엔 '운다'는 없었죠 키스신도 마찬가지고…
그냥 이각의 감정으로 운 거예요… 그만큼 푹 빠져 있었죠"

이제는 배우 박유천이 어색하지 않다. 드라마 속 그를 보며 화려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던 믹키유천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기를 향한 진중한 자세와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박유천은 종방된 SBS 수목미니시리즈 '옥탑방 왕세자'(극본 이희명ㆍ연출 신윤섭ㆍ이하 옥세자)에서 이각과 용태용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코믹한 모습에서부터 애절한 눈물연기까지를 실감나게 소화해 낸 그는 명실 공히 가장 성공한 '연기돌'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많은 신을 소화해 내는 주인공인 만큼 체력적으로는 힘든 일정이었다. 그가 "환상적인 촬영스케줄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할 정도다.

"1위로 끝나서 깜짝 놀랐고 마지막 두 회가 잘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해요. 야외신이 대부분이어서 방송시간을 맞추는 게 아슬아슬 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작품인데 방송이 잘 되어서 다행이에요."

촬영 중 부친상이라는 아픔을 겪었던 박유천은 '옥세자'로 인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몇 개월간은 정말 이각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촬영을 하는 당시에는 몰랐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느껴요. 그렇게 바쁘게 이각으로서 연기를 하고 지냈던 매 순간 순간이 '이각에게 위로를 받았던 것이었구나'하고 인지했어요. 좋은 캐릭터와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과 했던 일상적인 대화도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

이각에 푹 빠져 있었던 탓일까? 이번 작품에서 유독 많은 눈물을 흘렸던 그는 이상하리만큼 한번도 억지눈물을 짜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본에 '운다'라는 지문이 없었는데도 그냥 이각의 감정으로 울었던 적이 많았어요. 두 번의 키스신에서도 원래 우는 장면이 아니었죠. 처음에는 이각이 박하를 좋아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게, 두 번째는 조선의 왕으로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각나 눈물이 났어요."

주변인들에 따르면 실제 박유천과 이각은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그 역시 이 같은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닮아 있어서 편한 부분도 있었고 더 욕심이 나기도 했어요. 대사를 보면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보이는데 촬영일정상 바로 읽고 연기를 해야 하니깐 힘들기도 했죠. 특히 용태용과 이각을 넘나들 때 표정 변화가 빨리빨리 자동으로 되야 하는데 생각을 하고 연기를 하면 템포가 느려져서 아쉬웠어요."

그는 극 중 상대역인 한지민과 실제를 방불케 하는 '달달한' 애정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연기가 리얼했던 만큼 실제로 사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지민누나는 아시겠지만 정말 털털해요. 동네누나 같다고 할까요?(웃음) 너무 털털해서 제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박하와 자연스레 교류가 됐어요. 이각으로서 연기를 했기 때문에 박하가 예뻐보였고 연기 끝나면 한지민이니까 분리가 돼서 감정의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민누나가 혼자 연기 하고 있는걸 보고 있을 때 '저 모습이 그대로라면 정말 괜찮은 여자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박유천이 떠난 브라운관의 빈자리는 친동생인 박유환이 채우고 있다. 스타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인 그는 동생의 연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하는 '형'이였다.

"동생이 무언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커요. 그래서 책임감도 크고 특히 집에서 저나 엄마에게 힘든 모습을 안 보이려고 하는 게 보여서 기특해요. 동생이 자기 갈 길 잘 가고 있는 것을 보니 맘 편히 군대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군대를 가기 전에 집안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돈을 벌어놔야 한다는 걱정이 컸어요. 그런데 유환이가 일을 잘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조금 놓여요."

얼마 전 백상예술대상에 함께 참석한 형제를 보며 어머니가 많이 기뻐하셨다고 한다. 소감을 묻자 "그날은 집에 돌아와 고기반찬을 먹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로서 어느 정도의 반열에 올라 동생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꿈이 있다면 나중에 서로 연기 잘해서 칸 영화제에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유환이가 나보다 영어를 잘하니까 통역으로 붙이려고요.(웃음) 형제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은데 그게 가능 하려면 정말 밑바탕이 튼튼해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너무나 사람들이 형제라는걸 알고 있기에 형제가 형제이야기를 한다는 게 약간 반감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차근차근 기본기부터 쌓아 올려서 나중에 베테랑이 됐을 때 꼭 해볼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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