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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강호동 박명수 이수근 박미선. 안방극장에서 활약하는 방송인들은 개그맨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 지도 오래라 '방송인'이라는 수식어가 몸에 꼭 맞는 옷이 됐다.
이영자는 조금 다르다. 그 역시 개그맨으로 코미디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고는 토크버라이어티.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케이블채널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활약 중이다.

누구보다 방송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임에도 여전히 희극인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와 오랜 시간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온 예능국 PD는 "한결 같이 푸근한 인상에 호탕한 웃음 소리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영자의 전성시대'를 돌아보고 싶어진 이유다.

▲ 캐릭터의 3가지 꼭지점

# "안녕하세유, 이유미에유."

이영자의 시작은 세련되고 예뻤다. 지난 1991년 MBC 코미디 프로그램 '청춘행진곡'의 코너 '신부수업'으로 데뷔했다. 이영자라는 가명 대신 본명인 이유미로 활동했던 때였다. 퉁퉁한 체구에 걸걸한 목소리로 신부수업을 받는 이영자의 모습은 우스웠다. 선배 전유성이 생각한 아이디어였다. 당시 '신부수업'의 대본을 집필한 한 작가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생긴 건 소도 때려 잡게 생겨가지고'라는 말이 대사로 인용되고 그 한방에 스타덤에 오르더라. 상상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 "안 계시면, 오라~이!"

강산이 변할 세월이 다 되도록 이영자를 개그맨으로 느껴지게 하는 말은 딱 한 마디. "안 계시면 오라이"다. 지난 1994년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코너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동료 홍진경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1980년대 버스 안내양으로 변신한 두 사람은 자주색 유니폼에 갈색 빵모자를 눌러썼다. '뚱뚱이와 홀쭉이'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 콤비였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톱스타들이 당시 그 버스에 탄 손님으로 출연, 이영자의 짓궂은 질문에 얼굴이 발개지거나 무리한 요구에 개인기를 쏟기도 했다.

# 첫 번째 일탈, '더 라이프'

구수한 사투리에 펑퍼짐한 모습, 그저 편한 옆집 언니처럼 느껴진 이영자를 처음으로 달라 보이게 한 무대는 뮤지컬이었다. 지난 2000년 '더 라이프'로 재즈뮤지컬에 도전한 이영자. 연기와 노래 실력,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능력까지 호평 받았다.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전수경은 "이영자와 함께 한 공연은 웃음과 눈물이 늘 공존했다"고 말했다. 이영자는 이후 '살을 빼고 싶은 돼지' '메노포즈' 등 뮤지컬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했다.

▲ 인생의 3가지 꼭지점

# 살

개그맨이자 MC로, 배우로 활약하던 이영자의 발목을 잡은 건 살이었다. 2001년, 20여kg을 감량한 이영자를 둘러싸고 지방흡입과 운동에 관한 설전이 오갔다. 당시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이영자는 이후 3년여 동안 활동을 쉬었다. 절친한 후배 김영철이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영자의 기자회견을 패러디할 만큼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 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 최진실

이영자에게 동료 최진실의 죽음은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지난해 10월 3주기 추모식에서도 가장 먼저 묘소를 찾은 그였다. 두 사람은 20여 년 전 스타와 개그맨으로 만났다. "안 계시면 오라이"의 그 버스에 최진실이 탄 후로 절친이 됐다. 최진실은 이영자의 뮤지컬 공연 첫 회를 빠지지 않고 관람했다. 이영자는 최진실 주연의 드라마 '내 인생 마지막 스캔들'에도 우정 출연했다. 이영자의 복귀작인 '현장토크쇼 택시'에 올라준 것도 최진실이었다.

# 무릎팍도사와 택시

앞선 두 가지 인생의 큰 변환점을 맞은 이영자는 지난 2007년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면서 모든 걸 털어놨다. 복귀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인생의 모든 굴곡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했다. 같은 해 케이블채널 tvN의 개국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장토크쇼 택시'의 MC가 됐다. 가수 김창렬에 이어 배우 공형진과 함께 현재까지 5년 넘도록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이영자는 운전도 하고 게스트의 고민도 들어준다. '마당발'답게 섭외에 직접 나설 때도 종종 있다.

▲ 그를 평가하는 2가지 말

# "조용한 듯 무거운 게 매력이다."

'안녕하세요'의 한 관계자는 이영자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시끄러운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하지만 조용한 듯 무게를 잡는 게 그의 매력이에요. 몸무게를 말하는 그 무게 말고요.(웃음)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무언가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지 않으면서도 시청자의 마음을 건드려 줘야 하고요.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는 선에서 예능감도 살려야 하고요."

# "이제 바꿔야 하나 싶다가도 과연 누가 할까?"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MC를 한 지도 5년이 넘었다. 잠시 프로그램 개편 시기도 가진 만큼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현장토크쇼 택시'. MC를 바꿀까 고민도 있었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지 않나. 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그런데 이영자가 아니면 누가 택시에 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영자만큼 사람 편하게 해줄 여성 MC도 없어요. 무엇보다 남자 게스트와 여자 게스트, 신인이나 톱스타, 누가 나와도 물처럼 그릇에 모양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이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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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2/04/24 08:02:00   수정시간 : 2013/04/25 12: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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