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의 예능 도전기

고현정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영애와 '너나 잘하세요' 게임을 즐기고, 전지현과 함께 하는 '전 소중하니까요' 특집을 볼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고상' '도도' '신비' 등의 틀에 갇혔던 여배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으로 바뀐 지 오래다.

6일 오후 11시 고현정이 사회를 맡는 토크쇼 SBS '고쇼(GoShow)'가 닻을 올린다. 김원희로 시작해 고현정에 이른 여배우의 '예능 도전 변천사'를 짚어봤다.

▲ 1대-배우에서 MC로 전향

# 김원희
각각 1992년과 1993년에 데뷔한 김원희와 박소현. 2012년 현재 나란히 20개의 출연작을 채운 MC다.

8년 째 MBC '놀러와'를 이끌고,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프로그램까지 꿰찬 김원희. 그의 시작은 드라마 '무동이네 집'이었다. 이후 '서울의 달' '홍길동' '은실이' 등으로 배우의 길을 걸은 김원희의 인생은 2004년 '놀러와'로 전환점을 맞았다. '헤이헤이헤이2' '삼색녀 토크쇼' '일요일이 좋다' '자기야' 등 예능프로그램의 안방마님으로 본업이 전향됐다.

박소현
# 박소현
드라마 '내일은 사랑' '종합병원1' '가슴을 열어라' 등 드라마에서 가녀린 이미지로 남성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던 박소현. 그 역시 1998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진행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출연작 포트폴리오가 화려해졌다. SBS 파워FM '박소현의 러브게임'과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박소현의 DJ와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까지 확인시켜준 프로그램이다.

▲ 2대-깍쟁이 연예인에서 털털한 언니

# 박예진
배우 박예진과 박시연은 모두 SBS '패밀리가 떴다 시즌1'(이하 패떴)의 헤로인이었다. 대부분의 여배우가 드라마나 영화 등 작품에서만 소통을 해왔던 시절. 화려한 외모 탓에 박예진과 박시연은 대중에게 깍쟁이 이미지로 인식됐다.

지난 2008년 첫 방송된 '패떴'의 고정 게스트 라인업에 박예진이 포함된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섹시아이콘 이효리와 자매로 호흡을 맞추고, 유재석 윤종신 김수로 등 남자 출연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건네는 박예진의 '로비'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 박시연
아름다워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박시연 역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코 골며 자는 모습까지 공개되는 '패떴'에서 박시연은 '절친' 이효리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깍듯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거듭났다.

박시연
S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여배우가 리얼버라이터의 고정 게스트로 섭외한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면서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며 활동하는 현재의 모습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과거의 노력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 3대-연기와 예능 모두 잡는다

# 송지효
최근에는 '멀티테이너'가 뜨고 있다. 배우와 예능인의 면모를 모두 갖추려 한다.

배우 송지효는 '계백' '강력반' '주몽' '궁' 등 드라마와 '색즉시공2' '쌍화점'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영화로 연기력을 쌓았다. 진지하면서도 귀엽고, 얌전하면서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송지효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으로 '에이스'로 등극했다.

# 한혜진
배우 한혜진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공동MC를 맡았다. 이경규과 김제동 사이에서 때로는 유하고 때로는 발칙하게 토크를 이끈다. 그는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신드롬'에도 출연 중이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결이라는 후문이다.

한혜진
# 고현정
멀티테이너로 거듭난 여배우의 정점은 고현정이 찍었다. '고쇼'로 시추에이션 토크버라이어티라는 장르에 도전한다. 섭외만 3년이 걸린 고현정이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높다. '고쇼'의 서혜진 PD가 "우리 프로그램의 신선함과 가능성은 고현정에서 시작돼 고현정에서 끝난다"고 밝힌 이유다.

배우로서의 이미지 손상을 걱정하는 여배우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멀티테이너의 부상을 돕는다. 고현정은 "배우는 배우고 MC는 MC아니겠냐"면서 "고전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게 바람인데 예능 출연 때문에 캐스팅 길이 막힐 거란 걱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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