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 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연출 김도훈)이 15일 20회를 끝으로 종방됐다. 전국시청률 42.2%(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라는 자체최고기록을 품었다. 쉽게 표현하면 전국민의 절반이 '해를 품은 달'을 봤다. 그만큼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대한민국 모든 여배우가 '해를 품은 달'의 극중 연우 역으로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는 우스갯소리는 험난했던 섭외 과정을 보여준다. 첫 회가 방송되기 전부터 정은궐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과 비교도 됐다.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연기력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독자가 아닌 각색자로서 원작을 만난 지난 2010년부터 약 2년 동안을 '해를 품은 달'과 달려온 진수완 작가. 가장 눈에 띄지 않은 인물이지만 그 누구보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법했다. "조금은 긴장이 풀린 상태로 마지막 방송을 봤다"는 진수완 작가를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초동 팬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언제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냐고요? 매회, 매 순간이 어려웠습니다.(웃음) 어린 시절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6,7부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6부는 대본을 4,5번 썼어요. 원작 자체가 감정선이 굉장히 치밀하고 촘촘했기 때문에 무엇 하나 잘못 건드리면 성인 부분에서 와르르 무너질 위기였거든요. 원작을 본 시청자분들은 연우(한가인)가 왜 기억상실증에 걸리느냐 지적해주셨는데 책은 한 권으로 끝나지만 우리 드라마는 스무 번이나 끊어가야 하잖아요. 3개월 내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연우가 우울한 모습으로 늘 참기만 하는 설정을 쓸 수 없었어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밝게 가자고 결론 지었죠. 이후 이 설정이 새로운 갈등이 될 것이란 마음도 있었고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진수완 작가의 모습에서 당시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 지 짐작이 갔다. 연출을 맡은 김도훈 PD 역시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넘어가는 시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으니 분명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터다. 아쉽게도 6,7회는 시청자의 불만이 수면 위로 폭발한 시점이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했다.

진수완 작가
"처음에는 무조건 욕을 먹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원작의 연우와 드라마의 연우가 일단 비교가 될 테니까요. 김수현과 한가인의 나이 차도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배우, PD, 작가 각자 마음 단단히 먹자고 했죠. 흔들리지 말자고 했어요. 우리 드라마는 뒤가 더 중요하다고요. 저 역시 이번 작품처럼 네티즌 반응을 안 본 적도 없을 거에요. 캐스팅 논란이나 원작과의 비교라던가, 뚜껑을 열기도 전에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에 흔들릴 것 같았거든요."

한가인은 유독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았다. 실제로 연하인 배우 김수현과의 호흡이 첫 째였고, '국어 책을 읽는 것 같다'는 연기력이 둘째였다. 이를 두고 김도훈 PD는 "외모가 너무 예뻐서 괜히 질투를 받은 게 아닌가 싶다"며 눙쳤다. 진수완 작가의 생각은 어땠을까.

"연우라는 인물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은 총명함과 아름다움, 두 가지였어요. 너무나 많은 남자가 반하기 때문에 외면으로 아름다워야 했고요. 내면은 총명해야했고요. 한가인을 캐스팅 할 때 한번, 대본 연습 할 때 한번 봤는데요. 예쁘지만 참 똘똘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름다움보다는 그 사람의 총명함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연우의 이미지에 꼭 맞는 배우가 아닐까 생각했죠. 한가인을 실제로 만나고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에 대한 확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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