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ㆍ연출 김도훈 이성준)의 이훤(김수현)은 가상의 왕이다. 이훤이 동명의 원작 소설 작가 정은궐의 창작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실존 모델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시청자들이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된 이는 조선의 왕은 연산군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이훤'을 검색하면 '연산군'(재위 1495년~1506년)이 연관 검색어로 함께 뜰 정도다.

이훤이 연산군과 비슷하다는 주장에도 다양한 근거가 존재한다. 첫째, 극중 이훤의 선대 왕이 '성조대왕'이라는 점이다. 성조는 가상의 왕이다. 하지만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재위 1479~1494년)의 묘호와 비슷하다. 이훤이 젊은 나이에 재위에 오른 것도 19세에 즉위한 연산군과 유사하다.

작품의 배경 역시 연산군 시대와 겹친다. 드라마와 원작에서 왕의 사위를 뜻하는 '의빈(儀賓)'이란 용어도 세조 12년(1466년)부터 쓰인 용어다. 원작 속에서 '윤대형 일당'으로 대변되는 훈구파와 사림파의 갈등이 나타난 것도 성종의 시대다. 연산군 재위 기간은 훈구파가 득세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원작 속에 이훤이 연산군이 아님을 분명하게 명시한 부분이 있다. 원작에는 연산군 시대를 거치며 폭군에 대한 공포감이 심해졌다는 구절이 나온다. 왕과 중전의 합궁에 대해 "태어날 원자가 폭군이 되는 것을 막고자 합궁 일을 번개 치지 않는 날, 비가 오지 않는 날로 정한다"고 했다. 이훤의 시대에는 그 규율이 더 엄격해졌다는 구절이 나온다.

원작 속엔 허연우가 어린 시절 이훤에게 중종 대의 기생 황진이(생몰년 미상)의 시조 '상사몽(相思夢)'를 전달하는 구절도 등장한다.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 부분이다. 양반 가의 딸이 왕에게 기생 출신인 황진이의 시조를 보낼 정도라면 황진이의 사후, 즉 중종(재위 1506~1544년) 시대 이후여야 가능하다.

여러 가지 정황을 두고 판단할 때 '해를 품은 달'의 이훤은 한 사람을 모델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어린 나이에 재위한 문종, 외척에 시달린 명종 등도 모티브가 된 인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훤은 한 왕의 특성이 아닌 여러 인물들의 특성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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