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인데 로맨스 연기, 좋았어요
누나팬들 '사랑' 덕분에 신나는 명절
과묵하신 할아버지께도 '웃음 선물'

요즘 누나팬들의 마음은 괜히 찔린다. "저 좋아해도 쇠고랑 안차요~"라지만 올해 15세가 된 아역배우 여진구를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 싶다. 그는 MBC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ㆍ연출 김도훈)로 스타덤에 올랐다. 17일 촬영을 마친 그는 설 연휴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가 스포츠한국 독자들을 위해 한복을 입고 새해 인사를 전했다. "부모님이 예의범절을 최우선으로 여기셔서 조금이라도 건방지게 행동하는 걸 두고 보지 않으신다"는 말처럼 여진구의 의젓한 태도엔 흐트러짐이 없었다.

"스포츠한국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설에는 보름달이 아닌 해를 품은 달이 뜨겠죠? 하하. '해를 품은 달' 계속해서 재미있어지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15세 다운 발랄함을 보여달라는 주문에 "음…, 저도 계속 사랑해 주실 거죠?"라며 웃었다.

"올 설은 아무래도 기분이 다르겠죠. 모든 친척이 오래 전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가족과 계시고요. 지금까지 명절이라고 다르지 않았는데 올해는 '해를 품은 달' 덕분에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과묵하신 할아버지는 요즘 웃기만 하시고, 할머니는 친구분들께 전화해서 'MBC 틀어라 진구 나온다' 하세요, 하하."

여진구에게는 질풍노도의 시기도 빗겨간 듯했다. "저도 TV에 나오고 싶어요, 연기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조른 8세 이후 "어머니"와 "아버지"는 줄곧 그의 길잡이었다. '해를 품은 달'을 비롯해 드라마 '무사 백동수' '자이언트' 등 출연작은 부모의 결정이 80% 작용했다.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두 분이 작품을 보실 때 역할이 얼마나 좋은가도 따지시겠지만 '우리 진구가 이 작품으로 뭘 배울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시거든요."

'해를 품은 달'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자"는 차원에서 결정된 작품이다. 거친 백동수나 야망 있는 이강모와 다르게 훤은 유했다. 장난기 많은 소년이자 정세를 논하는 왕이기도 했고 사랑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남자이기도 하다.

"아역인데도 로맨스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제가 여태까지 귀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거든요. 부모님께서 '다른 연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3회부터는 팬카페나 트위터에 '누나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드라마를 보면 자잘한 실수가 눈에 띄어 스트레스도 받는데, 그 분들의 응원 덕분에 뿌듯함을 느껴요."

훤이 사랑 받은 이유는 '조선시대판 F4'의 중심다운 여진구의 '꽃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배우 지성을 연상케 하는 목소리 톤, 진심이 담겨 있는 눈빛에서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캐릭터가 크는 과정에 제가 있을 뿐이죠. 그저 전 아직 나이가 어릴 뿐이에요. 연기 학원도 다니다 그만 두었어요. 다른 사람과 같은 감정, 같은 표정을 갖게 될까 봐요."

여진구의 유일한 선생님은 감독님이다. '해를 품은 달'의 김도훈 PD는 여진구를 비롯한 아역배우들과 6회 분량을 촬영하면서 하루 평균 100회 이상의 대화시간을 마련했다. 기존 드라마와 비교해 아역 분량이 많아서 생긴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대본을 받고 든 생각은 '어렵구나'였어요. 훤은 웃다가도 울고, 마구 변하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비해 감정도 진지했고요. 주변에서 '저렇게 어린 아이들의 대화가 뭐 이리 복잡해?'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했는데 감독님과 대화로 조금씩 극복됐어요."

호흡을 맞춘 아역배우 중 타이틀에 맞는 친구는 김유정(연우)뿐이다. 극중 스승인 염은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이 맡았다. 진구보다 9세 많다. 이복 형인 양명 역의 이민호는 20대를 바라보고 있다. 호위무사인 운을 맡은 이원근은 21세다.

"요즘 노래를 잘 몰라서 시완 형을 보고 신인배우인 줄 알았어요. 24세란 말에 더 놀랐어요, 하하. 유정이랑은 4년 전에 드라마 '일지매'로 만나서 친해요. 그때 사진이 지금 돌아 다니던데… 참 귀여웠죠. 지금은 그때의 귀여움이라고는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으니…."

"지금 어른 앞에서 무슨 소리하는 거냐"고 발끈하자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런데 여진구는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를테면 "학교 축구부 아이들이 내 두꺼운 허벅지를 부러워하는데 나는 더 이상 근육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운동을 일부러 안 한다"라던가 "공부할 시간은 많지 않아도 반에서 10등 안에는 든다"라는 식이었다.

"하하,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에요. 사실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들은 학교 친구들이 거의 유일해요. 연예인이라고 하면 괜히 오해하잖아요. 공 차고, 하교 길에 수다 떨고. 그런 일상이 배우인 제겐 더욱 소중해요."

'이대로만 잘 자라다오'의 표상이 된 여진구. 그에 앞서 이러한 타이틀을 보기 좋게 만족시킨 배우 유승호와 장근석은 그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유승호 장근석 선배님,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열정은 물론 인기까지 쭉 이어가잖아요. 저도 자신 있어요. 언젠가 제가 아역이란 수식어를 뗄 첫 작품을 만났을 때, 그 간극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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