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일우가 돌아왔다. 2년 만이다.

2009년 방송된 드라마 이후 정일우는 잠시 쉼표를 찍었다. 스무 살 이후 정신없이 달려온 연기생활에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잔뜩 움츠린 개구리가 더 멀리 뛰듯 정일우는 더 큰 행보를 위해 잠시 힘을 비축했다.

“그 동안 학교 생활에 충실하면서 연기 공부에 매진했어요. 어느 순간 제가 가진 것이 바닥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두려웠었죠. 지난 2년간은 저를 다시 채우는 기간이었어요. 연극 무대에도 서면서 저를 단련시켰죠.”

정일우가 선택한 작품은 SBS 수목 미니시리즈 (극본 소현경ㆍ연출 조영광). 그는 극중 망자를 저승으로 이끌어가는 이른바 ‘스케줄러’를 연기한다. ‘현대판 저승사자’라 할 만하다. 저승사자라는 무거운 이미지가 정일우와 만나자 한결 가볍고 세련된 모습을 탈바꿈했다.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죠. 특히 패션에 많은 신경을 써요. 아마도 올해 유행할 모든 패션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게다가 망자(亡者)를 데리러 가는 스케줄 관리는 스마트폰으로 하죠. 요즘 세상에 저승사자가 있다면 아마 속 저와 같은 모습일 거예요.”

이미지 변신을 위해 정일우는 체중을 감량했다. 5kg을 줄이자 볼살이 쏙 들어갔다. 더 이상 ‘소년’이 아닌 ‘남자’로 어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은 2년의 기다림이 정일우에게 어떤 변화를 줬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의도적으로 살을 많이 뺐어요. 젖살이 있으면 아이같아 보이기 때문에 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만들려 했죠.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일단 드라마가 시작되면 정일우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2년의 공백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려야죠.”

정일우는 지난 2007년 MBC 시트콤 에 출연하며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당시 맡았던 캐릭터인 ‘윤호’는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때문에 그 동안 정일우는 윤호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등에서 다소 진지하고 묵직한 모습을 보여준 이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조차 스스로가 느끼는 강박관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고 팬들 앞에 서는 것 역시 배우의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 정일우는 보다 편하게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은 하이킥을 날리던 ‘날나리’ 고등학생 윤호를 떠올리게 한다.

“그 동안 주로 어둡고 까칠한 캐릭터를 맡았었죠. 하지만 속 캐릭터는 윤호와 비슷해요. 일할 때는 철저하지만 평소에는 가볍거나 풀어질 때도 있죠. 저랑 잘 맞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제가 편하게 연기하다면 팬들도 보다 편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에 출연하며 정일우가 가장 듣고 싶은 평가는 “달라졌다”다. 어느덧 연기와 캐릭터 변화를 고민할 정도로 훌쩍 자란 정일우는 더 이상 차려진 밥상을 받아먹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다. 작품 전체를 생각하고 자신의 정확한 역할을 찾아갈 줄 아는 능동적 연기자다.

“굳이 제가 어느 부분이 달라졌다고 말하기 보다 작품을 보는 분들이 판단하실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2년 동안 축적된 에너지를 맘껏 보여드리려 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하하.”

스포츠한국 @ㆍ사진=김지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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