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호였을 때가 참 좋았는데…, 웃음에 대한 부담은 너무 컸다."

무려 2년 8개월 동안 왕비호로 시청자와 만났던 윤형빈. 그는 왕비호와 작별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표정이 어두웠다. 왕비호는 1월 2일 방송을 끝으로 KBS 2TV 에서 사라진다. 앞으론 윤형빈이 TV 속에서 "정경미, 포에버"를 외칠 수 없게 됐다.

서수민 PD는 29일 "고민 끝에 왕비호를 버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찾기로 했다"면서 "윤형빈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캐릭터로 등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왕비호로서 마지막 녹화에 참가한 윤형빈은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많을 것 같은데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왕비호가 독설을 퍼부을 마지막 초대손님은 이경규, 이윤석, 허각. 이경규는 평소 "왕비호 마지막 방송에는 내가 꼭 출연하겠다"고 말해왔다. 윤형빈은 녹화에 앞서 "지금은 후회하지 않을까 모르겠다"며 '칼'을 갈았다.

다음은 윤형빈과의 일문일답이다.

▲왕비호와 작별하는 소감은?

=새롭게 도전하게 된다는 사실에 설렌다. 왕비호는 너무 자신 있는 캐릭터였지만 어느 틈엔가 너무 익숙해진 캐릭터가 됐다. 일각에서는 식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차라리 잘됐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 그동안 반드시 웃겨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무척 컸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생각인가?

=그동안 웃음에 대한 강박관념이 많았다. 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큰 웃음을 이끌어내야 했고, 책임감도 무척 컸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모습으로 재등장할지, 부드러운 캐릭터로 변신할지는 더 고민해 보겠다.

▲독설의 대상 가운데 누가 가장 기억에 남나?

=(김)태원 형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왕비호로서 "무슨 락커가 외할머니를 닮았어"라고 말했는데, 방송이 나간 다음주 '남자의 자격'에서 할매란 별명이 생겼다. 캐릭터를 잡아주는 효과라고나 할까. 웬만한 연예인에게는 모두 독설을 퍼부은 것 같다. 어느 방송에 나가도 에서 만난 연예인과 만난다. 박진영을 에 초대하지 못한 건 약간 아쉽다.

▲여자친구 정경미 이름을 방송에서 듣기 어렵게 됐다.

=그게 좋았는데, 마음대로 (이름을)부를 수 있고. 그래도 (다른 방송에서 이름을) 부르지 않을까? 경미는 '오빠 앞으로 잘해면 되겠네'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윤형빈에게 왕비호는 어떤 존재인가?

=왕비호는 개그맨 윤형빈의 끼와 개그 본능을 밖으로 끌어냈다. 2008년 4월부터 방송에 등장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엄청나게 장수했다. 6개월만 등장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2년 8개월 동안 TV에 나왔으니 생각보다 수명이 길었다. 그동안 왕비호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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