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은·조수빈 등 의상 구설수… 과도한 규제 의견도

양승은 아나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방송 환경도 변한다. 1970년대 가수 윤복희가 입고 나와 '파격'으로 불렸던 미니스커트는 이제 여성들의 인기 의상이 됐다. 각종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등을 훤히 내보이고, 가슴골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배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시선 만큼은 과거에 붙들려 있다.

지난 13일에는 MBC 양승은 아나운서가 를 진행하며 입은 의상이 도마에 올랐다. 살구색 원피스와 살색이 겹쳐 마치 옷을 입지 않은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낸다는 지적이었다.

양승은 아나운서의 잘못도, 제작진의 잘못도 아니었다. 다만 몇몇 시청자들이 보기에 착시 효과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양승은 아나운서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MBC 관계자는 "아나운서였기 때문에 더욱 반향이 컸던 것 같다. 웃으며 넘길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논란'으로 확대 해석한 언론의 잘못도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8월에는 KBS 조수빈 아나운서의 복장이 지적 받았다. 당시 조 아나운서는 의 코너 '이슈&뉴스'를 진행하며 하얀색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답지 못한 복장이었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그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SBS 박은경 아나운서가 입은 쇼트 팬츠가 문제가 됐다. 박 아나운서는 의 진행자로 나서며 검은색 쇼트 팬츠 의상을 선보였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은 찬반 양론으로 뜨거웠다.

박은경 아나운서.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방송가 내부의 시선도 엇갈린다. 여성 아나운서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복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다. 여기서 벗어난다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의사가 가운이 아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진료를 본다면 환자들의 마음이 편할 수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많은 아나운서들이 보도프로그램 외에 예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틀을 깬 의상을 선보여왔다. 그 때문에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복장까지 규제해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앞서 문제가 됐던 의상들은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성들의 아이템이다. 스포츠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형식에서 벗어난 의상을 선보인 것은 오히려 신선했다는 반론도 있다"고 반박했다.

여성 아나운서들의 올바른 복장을 가르쳐주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향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MBC 관계자는 "아나운서는 표준어를 구사하는 사람이지 표준복을 입는 사람들이 아니다.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상식에서 벗어난 복장이 아니라면 보다 유연한 자세로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또한 유독 여성 아나운서에게 날카로운 잣대를 갖다 대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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