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보자. 아무리 용을 써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하고 싶어도 도무지 방법이 없다. 어떤 기억이길래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렇다. 우리는 태어날 때의 느낌도, 감동도 모른다. 아니, 기억할 수 없다.

본인을 제외하곤 주위의 모든 이들은 한결같이 축복한다. 한 생명을 얻기 위해 부모는 많은 것을 준비하고 포기한다. 모든 생명은 무한의 의미를 지닌 채 태어난다. 각자의 인생을 계획하고 경험하며 성장해 나간다. 숱한 일들을 겪으며 각고의 노력으로 한 인격체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 하게 된다.

나는 배우다.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근 20년째 배우로 살고 있다. 내 꿈은 원래 배우가 아니었다. 배우를 꿈꾸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을 집안의 분위기였다.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있었을 뿐, 정작 내 인생을 통해 배우로 살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참고로 우리 집 삼 남매 중 부모님의 뜻을 거스른 사람은 나 밖에 없다. )

어릴 때부터 영화와 대중 예술을 끔찍이 아끼며 사랑했다. 남들 앞에 나서 뭔가를 표현할 때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그로 인한 묘한 희열을 느끼던 아이였다. 어느 순간 나는 내 인생을 내가 결정했고 그 선택과 결정에 한번도 후회한적은 없다.

배우 혹은 예인으로 살아 간다는 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연예인이 요즘 청소년들의 직업 선호도 1위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만인의 연인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는 이 직업이야 말로 매일매일 복권 맞는 기분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단언코 얘기한다. 앞서 말한 경우는 전체 비율로 볼 때 상위 5%도 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대중 예술인들은 불규칙한 수입과 편중된 선호도에 의해 '상상할 수 없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굳이 예술 혼이니 예술가의 소명의식이니 하는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도 없다. 분명 힘든 인생임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어느 계통이나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연예계는 특히 보여지는 화려함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힘들게 이 계통에 들어와서 자신의 꿈을 펼치지도 못한 채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참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후배의 비보가 또 전해져 왔다. 어떤 내막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분명 많은 고통 속에 혼자라는 생각에 빠졌을 것이다. 어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이 고립감일 것이다. 그 친구의 경우는 지금 한창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드라마에 출연 중이어서 대중의 충격이 더 컸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같은 환경에 있는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런 끔찍한 생각과 몹쓸 유혹에 시달린 적도 분명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절망적이라도 생명은 절대 자기 것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주위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 절대 그런 선택은 옳지 않다.

세상을 살아가며 고난과 시련, 위기를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 역경을 이겨내며 성취할 때 비로소 인생의 참 맛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안타깝고 통탄한 일이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혹시 잘못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가 태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귀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되새기자.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그 순간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우리의 부모님들과 가족들을 다시 한번 생각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명은 나의 선택이 될 수 없다.

P.S. 오늘은 글 쓰기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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