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이 말하는 인기 비결

2007년 1월 최민수 편으로 시작한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만 2년 동안 무척이나 화려한 문화계 스타들을 조명했다.

최민수, 고현정, 박진영 등 토크쇼에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않는 연예계 스타를 비롯해 박세리, 장미란, 추성훈, 엄홍길 등 스포츠 스타와 발레리나 강수진, 소설가 황석영, 이외수, 만화가 허영만 등 출연진은 문화계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또 이들은 '무릎팍도사'에서 그 어디에서도 털어놓지 않았던 속내를 전한다. 최근 고현정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혼하기 전 시댁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소문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이 무당으로 변신해 출연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유세윤과 우승민이 옆에서 흥을 돋우는 포맷이다. 이런 단순한 포맷이 어떤 힘을 가졌기에 토크쇼를 꺼리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오고, 출연하는 사람마다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일까.

◇ 들어주기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박정규 PD는 "사실 토크쇼가 많은 것 같아도 출연자 한명이 몇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자리는 흔하지 않다"며 "또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사람들은 다른 토크쇼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워야 할 부담도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 PD는 "누구든 자신의 철학과 인생관을 갖고 있으며 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며 "'무릎팍도사'는 출연자의 말을 4~5시간 동안 열심히 들어주며 또 그 사람의 생각을 정리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작진은 섭외의 기준을 '하고 싶은 이야기 여부'에 맞추고 있다.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이, 사회에서 제기되는 이야기나 소문에 대한 반론을 할 필요가 있는 이, 독특한 인생을 살아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가 주요 섭외 대상이다.

◇ 신뢰

'황금어장'을 초반부터 100회 이상 연출한 임정아 PD는 '무릎팍도사'의 또 다른 저력의 하나로 신뢰를 꼽았다.

임PD는 "출연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왜곡해서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려고 노력했다"며 "방송 초반에는 섭외가 정말 힘들었는데 이런 신뢰가 쌓이면서 출연자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 이야기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집요하게 묻지 않는다"며 "사생활에 대해 농담조로 한 마디한 것이나 말실수는 재미있더라도 웬만하면 뺐다"고 말했다.

여운혁 책임프로듀서(CP)는 "이야기의 맥락을 전체적으로 전달해서 출연자의 진정성을 알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만약 맥락 부분이 지나치게 길다면 내용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편집에서 모두 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출연진이 말한 이야기 중에서 방송에 나가지 않은 부분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무리 민감한 이야기를 해도 편집에서 걸러질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출연진이 편하게 속내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녹화도 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비공개로 진행한다.

◇ 스터디

또 제작진은 섭외 과정에도 각고의 공을 들인다. 일부 토크쇼처럼 달랑 전화 한통으로 출연진 섭외에 나서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

제작진은 일단 섭외 대상이 정해지면 조를 짜서 '스터디'부터 시작한다. 상대가 소설가라면 관련 소설을 모두 읽으며, 연예인이라면 데뷔 초기 출연작부터 인터뷰 등 방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챙겨 인물 파악에 나선다.

이후 제작진은 출연 후보와 술자리 등으로 여러 차례 만나 인간적인 친분을 쌓게 된다. 그 후에야 출연자의 고민과 토크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본격 섭외에 들어간다. 다만 엄홍길 대장을 섭외할 때는 출연 승낙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히말라야로 떠나기도 했다.

박 PD는 "유명인을 인터뷰한다면 사전조사는 기본"이라고 웃으며 "제작진의 철저한 사전준비에 깜짝 놀라는 출연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꼼꼼한 준비과정은 카리스마 있는 강호동의 진행과 맞물려 상승작용을 낸다. 강호동은 거침없는 말투와 함께 적절한 맞장구 등을 섞어 출연자의 속마음을 투명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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