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문일답

이민영은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다. 혹여 또 다른 오해를 낳을까 염려한 탓이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스포츠한국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이민영과의 일문일답.

▲2006년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공식 인터뷰에 나선다. 많이 떨고 있는 것 같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봐요.(이날 오후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제 누구 앞에서 웃는 게 쉽지가 않아요. (손마디를 계속 주무르며) 정말 어떤 질문에도 대답이 쉽게 안 나오네요. 이 사건을 거치며 가까운 사람조차 ‘이민영이 이랬나’ 착각할 정도였죠. 너무 할 말이 많았고, 자면서도 목구멍까지 ‘이게 아니다’고 외쳤어요. 온통 실타래같이 엉켜서 글로 정리하는 건 포기했어요.

▲그 동안 주로 무엇을 하며 지냈나?

=저한테는 지난 3년이 살아온 모든 날만큼 길게 느껴졌어요. 숨쉬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외에는 한 것이 없어요. 그냥 숨쉬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어요. 무서운 결심을 하고 실행하기 0.1초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죠.(이민영은 차마 ‘그 단어’를 말하지 못했다) 가족이 없었다면 극단적인 상황에 갔을 거예요. 이번 일을 겪으며 얻은 것이라면, 새삼스럽게도 가족의 소중함이죠.

▲여배우로서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공개해야 했다. 그 때 심정이 기억나는가.

=전 ‘스타’가 아니라 ‘배우’였어요. 이미지 관리보다 당시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죠. 수많은 언론 매체가 찾아와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대답을 해줘야겠다고 판단했어요. 후회가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 병실 공개 결정 이전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어요. 다시 그 때가 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9일간의 결혼 생활은 25년간 이어온 연기 활동을 멈추게 했다.(이민영은 1981년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이민영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인가?

=결혼 후 단순히 9일이 흘렀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이민영은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 문제가 생겨 각자의 집에 머물렀죠. 결혼이라는 게 정말…(또 다시 손가락을 매만지며)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소송 과정에서 가족의 사사로운 부분까지 들춰졌다.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해요. 그래서 힘들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요. 덕분에 가족들끼리 더욱 끈끈해 졌죠. 안 그래도 연예인 가족들은 힘이 들어요. 게다가 이런 나쁜 일까지 겹치며 온 가족이 사건의 당사자가 돼 버렸죠.

▲지금 가장 걱정되는 일은 무엇인가.

=어린 조카들이 인터넷을 할 나이가 됐어요. 제가 키우다시피 한 아이들인데… 조카들이 왜곡된 제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속이 상해요. 제 조카와 가족들은 물론이고, 저를 믿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내 곁에 남아 있다면 끝까지 진실을 밝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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