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 KBS '집으로 가는길' 장미령 역
귀여운 캐릭터는 이제 그만··· 신세대 아줌마에 애정 듬뿍
대학원 입학 공부도 열심히··· 연기 잘하는 배우로 늙고 싶어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3년전 MBC 드라마 의 촬영 당시의 패기로 가득한 눈망울을 보이며 의기양양했다.

지금의 조여정(28)은 KBS 1TV 일일극 (극본 이금림ㆍ연출 문보현)의 장미령처럼 두 아이를 키우는 모성애를 얼굴 가득 드리운 채 한결 성숙해졌다. 온화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조여정에게 있어 배우 여자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 조여정에게 배우란?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를 꼭 해보고 싶어요." 조여정은 지난 2년간 소속사 문제로 원치 않았던 공백기간을 가졌다. 2006년 MBC 일일극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도 못한 채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기간 동안 조여정은 연기가 그리웠다. 그러다 그의 눈에 들어온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KBS 드라마 이다.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을 꼭 해보고 싶어요. 쉬는 내내 노희경 선생님 작품만 봤어요. 정말 사실적인 대사와 일상의 내용은 사람 냄새가 나더라고요. 송혜교씨가 부러울 정도였죠."

조여정은 노희경 작가가 그리는 인간적인 드라마에 출연해 보고 싶던 차에 을 만났다. 그것도 예쁘고 귀여운 공주 역할이 아닌 아이가 둘이나 딸린 아줌마 역할이었다. 조여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예쁘다' '인형 같다' 등의 말에는 이력이 났기 때문이다.

"예쁘다는 칭찬은 기분 좋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 어떤 선배님께서 대기실에 있는데 '인형! 이리와 봐' 하시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어느 순간 칭찬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조여정은 연기다운 연기를 위해 미니시리즈보다 일일극이 절실했다. 그래서 아이를 둘 키우는 아줌마 장미령에 애착을 가졌다. 지금은 어설픈 엄마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간혹 시청자 게시판에 '엄마 역할이 어설프다' '엄마 같지 않다' 등의 반응은 무척 반갑다. 원하던 평가다.

"시청자 입장에서 여배우가 나이가 들어도 연기를 잘하면 극 자체에 빠져들지만, 연기를 못하면 늙은 얼굴을 먼저 보게 되죠. 후자로 늙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 조여정에게 여자란?

"여배우는 외로워요." 조여정은 10대 후반에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연예계 경력 12년차다. 조여정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건 연예계 친구들 덕분이다. 배우 박예진과 가수 옥주현이 그들이다. 조여정은 데뷔하자마자 이들을 만나 금새 친해졌다. 아마도 이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연예계에서 버틸 수 없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연예인, 배우가 아닌 한 여자로서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지금 새롭게 연예인 친구를 사귀라고 하면 못 사귈 거에요. 사람 사귀는 것 조차 예민한 곳이 연예계라고 생각해요."

조여정은 지난해 일부 화보로 곤혹을 치렀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조여정은 비키니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때도 친구들이 있었기에 위로가 됐다. 억울했지만 다른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기에 참았다.

"작년에는 회사 문제로 힘들었을 때에요.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심정으로 화보를 촬영했죠. 한 여자로서 저 또한 창피한 모습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더 보여줄 게 많으니까 이 고비만 넘기자는 심정으로 이겨냈어요. 다시는 그런 사진은 찍지 않을 생각이에요."

# 조여정에게 미래란?

"대학 강단에 서고 싶어요."

조여정은 오는 3월에 동국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다. 연기를 전공해 더 깊이 있는 학문을 연마할 계획이다. 예전부터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조여정은 2년 공백 기간 동안 공연 책 영화 등을 감상하며 연기에 대한 맥을 끊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책을 보며 무한한 표현력을 발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연과 영화를 보며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했다. 심지어 대학교 학생들이 하는 학교 연극 무대도 빼놓지 않고 찾았다.

"대리만족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에요. 보는 것만으로 벅차고 긴장됐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나 연출가가 하는 공연은 직접 티켓팅을 해서 봤어요. 순수 예술을 접할수록 제가 성장해 있더라고요."

조여정은 에서 중견배우 박근형 윤여정 임예진 등과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의 연기를 직접 보면서 공부 중이다. 대기실에 모니터가 있어 이들이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조여정은 대기실에 앉아 이들 중견배우들이 처리하는 대본 상의 대사나 행동에 눈을 뗄 수 없다.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제 미래를 봐요. '나도 저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로 늙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죠. 책상 앞에서 하는 공부보다 몇 천 배는 값 비싼 공부죠. 인생에 대해서도 배우니까요."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