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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안재환 등 '빅스타 자살' 후유증은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최근 대중의 별들이 차례로 떨어지고 있다.

자살이라는 비극적 방법으로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자살로 몰아가는가. 그리고 이는 어떤 후유증을 남기는가.

근래들어 연예인 자살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1월 가수 유니가 목숨을 끊었고, 한 달 뒤에는 탤런트 정다빈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05년 2월에는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해 충격파를 몰고온 바 있다.

지난달 초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탤런트 안재환도 연예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놀라움을 안겼다. 그리고 한 달도 안돼 초대형 스타인 탤런트 최진실이 집에서 죽은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나 정황으로 미뤄 일단 자살로 추정된다.

이들 자살 연예인을 보면, 거의 한결같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우울증은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지닌 치명적 독소가 원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생사학 연구자인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연예인들이 보통사람보다 쉽게 자살을 감행하고 극심한 우울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인기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인기 하락에 대한 불안 △대중 속의 고독 △네티즌들의 '악플(악성 댓글)'을꼽는다.

연예인들에게 인기는 일종의 족쇄다. 대중의 사랑을 잃으면 불안감과 중압감, 소외감으로 괴로워한다. 인기가 높아져도 허무감 속에 심각한 우울증에 빠질 공산이커진다. 바쁘고 유명한 만큼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져서다. 인기를 얻은 대신 친구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대중 속의 소외감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늘 인파 속에 휩싸여있으면서도 진심을 털어놓고 얘기를 할 상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팬들 속의 고독이랄까. 이런 나날이 되풀이되면서 술이나 이성 등 자칫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생활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네티즌들의 악플은 연예인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극단적 경우엔 자살로 몰아가는 것이다. '안티' 팬들의 무자비한 댓글로 얻어 맞고 난 뒤에는 그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극도의 수치심과 분노를 느낀 당사자는 '모든 걸 끝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인생의 어려운 고비가 오면 자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쉽사리 자살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그리면서 "이런 경향이 연예인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어 그들을 동경하는 젊은이들의 모방 자살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말한다.

사실 유명인이 죽은 뒤 동조 자살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는 연예인이 목숨을 끊은 뒤에 부쩍 강하게 나타나곤 했다. 예컨대, 이은주가 죽은 뒤 한 달 동안 전국의 자살자는 1천160명으로 다른 해 같은 기간보다 425명이나 늘었다. 동조 자살자중에는 대졸자로 사무직에 종사하는 20대가 특히 많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방 자살은 이처럼 젊은이들과 소외계층 사이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정신과 정문의들은 진단한다. 대중 스타의 자살은 정신적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는 '예비 자살자'들에게 자살 동기를 합리화하게 하면서 결행을 재촉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른테면 "저렇게 유명한 사람도 죽는데, 내가 죽는 게 무슨 죄인가"라는 논리를 자신에게 제공한다는 얘기다.

인기 연예인의 자살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것 중 하나가 언론 보도다. 매스컴들이 앞다퉈 선정적으로 사건을 다루면서 자살 동기인 우울증이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사람만 걸리는 불치병으로 오인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섣부른 보도는 '베르테르 효과'와 직접 연결되기도 한다.

오진탁 교수는 "마음의 병인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면서 "'우울한 기분'정도라면 즐거운 생각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으나 '우울증'은 자력으로 이겨낼 수 없어 철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자신은 물론 동반자살과 같은 끔찍한 사태로 치달을 우려마저 있다는 것이다.

자살은 연예인을 떠나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오죽하면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붙여졌을까. 지난해의 경우 1만3천36명이 스스로 목숨을끊었고, 올해도 하루 36명꼴로 자살하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수치다.

실제로 한국은 2003년 이후 해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1인당 GNP 2만 달러라는 외형이 무색해지는 병리현상이다. 따라서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은 한국사회 병리현상이 매우 심해졌다는 신호임을 다시한번 심각하게 인식해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자기 연민과 파괴가 횡행하는 나라는 아무리 경제적 성장 수치가 높아도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기 상태'에 있는 '자살 예비자'들은 자살이 결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더 큰 고통을 부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자신을 가장 나쁜 방법으로 살해할 권리가 우리에겐 없으며, 자살은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고통을 남김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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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10/02 11:09:58   수정시간 : 2013/04/25 12: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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