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에덴의 동쪽' 송승헌 아역 '김범'… 거친 캐릭터 거친 액션
"동철이와 교감하려 대본 수백번 읽어… 키 자라듯 조금씩 성장모습 보여드릴래"
"다리서 뛰어내리고 불난집 뛰어들어가고… 대역 아니냐고? 살짝 억울해요"

"나 이제 어린 애가 아니라고요."

MBC 특별기획 (극본 나연숙ㆍ연출 김진만, 최병길) 3부에 인상적인 대사가 하나 나온다. 커다란 눈망울에 서러운 분노를 담은 청년이 외치는 한마디는 극중 동철이 가족을 위해 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한 줄의 대사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그 말을 토해낸 배우와 겹쳐지기 때문이다.

올해 나이 스물. 남자의 향기가 제법 나기 시작하는 김범의 행보는 자신이 한 대사와 운명을 같이 하는 것만 같다. 송승헌의 아역으로 이번 드라마에서 단 3회 출연만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김범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액션 장면과 운명을 원망하는 처연한 눈빛 연기로 눈부신 '성인 연기 신고식'을 마쳤다.

별별토크 취재진이 그를 찾은 것은 지금의 모습보다 내일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김범의 미니홈피를 샅샅이 살펴본 여기자(이재원기자ㆍ이하 이)와 VOD 서비스로 김범 출연 분량을 다시 한번 꼼꼼히 되짚어본 남기자(김성한기자ㆍ이하 김)가 한 전통주점에서 그와 탁주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탁주를 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여기자와 남기자는 대학을 입학한 지 한참 되었지만, 올해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김범을 신입생 환영회에서 맞이하는 선배 역할을 '빙자'해 민감한 질문까지 던졌다.

# 액션은 괴로워

배우 김범은 여전히 동철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듯했다. 눈빛은 여전히 슬퍼 보였고 얘기를 할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 이 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아역이 있었을까. 김범은 지난 6개월의 촬영 기간을 바로 어제 일처럼 더듬고 있었다.

▲드라마 반응이 좋아요. 이 정도 반응 예상했나요.(김)

=1년여 만에 하는 드라마라 기대가 컸죠. 그만큼 걱정도 됐고요. 찍어놓고 방송을 통해 보는 첫 드라마라 굉장히 떨렸어요. 물론 (반응이) 이정도 일 줄은 몰랐죠. 시청자 게시판에도 들어가보는데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상당히 거친 캐릭터였는데 연기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이)

=1960년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잖아요. 일상적인 걸 찾기 어려운 상황도 어려웠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 대신 방화범 누명을 쓰고 소년원에 가는 설정은 주변에서 찾을래야 찾기 어렵죠. 그 때문인지 동철이 하고 교감이 안 되는 거에요. 배역을 못 느끼는 건 참 큰 문제거든요.

▲액션 장면도 쉽지 않아 보였는데요.(이)

=맞아요. 다들 대역이 아니었냐고 하시는데 살짝 억울해요.(웃음) 소년원에서 탈출해서 다리에서 뛰어내는 장면이나, 불이 난 집에 뛰어들어가는 장면은 모두 제가 직접 했거든요. 꼭 그렇게 써주세요.(웃음) 대역 쓰는 걸 안 좋아하기도 하고 감독님도 그걸 원하시는 것 같았어요. 나중에는 대역 안 쓴 걸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테이크를 좀 길게 가주시기도 했어요.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언젠가요.(김)

=물론 아주 위험한 장면은 대역을 어쩔 수 없이 썼죠. 하지만 제가 대부분 해냈어요. 5회에 나오는 계단 격투장면을 찍다가 실신을 해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어요. 그때 촬영감독님이 뷰파인더로 촬영을 하시다가 '야, 이거 일났다' 싶으셨대요. 공중으로 한 50cm 떴다가 떨어졌거든요.

# '엄친아' 따로 없네

김범은 중학교 재학시절까지 축구부 주장과 학급 반장을 겸할 정도로 다재다능했고 욕심 많았던 소년이었다. 무언가에 꽂히면 바로 끝장을 보고야 마는 '승부사' 기질은 그의 혈액형 O형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무섭게 생겼다'는 이유로 자신을 차버린 여자 친구에게는 변변찮은 대꾸 한번 못했다는 김범의 학창시절도 'O형 남자'의 우유부단한 특징이지만 말이다.

▲축구도 했다고 들었어요.(이)

=네 중학교 때까지 했어요. 주장도 했는데 고민 끝에 취미로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가 지금까지 한 행동 중에 가장 파격적인 일이 축구를 한 것 같아요. 일탈이라고 할까요.(웃음) 부모님 속도 가장 많이 썩인 일이고요. 차분하게 공부를 하기를 원하셨거든요. 축구는 매주 조기축구회에 나가서 축구는 계속 하고 있어요.

▲부모님께서 보수적이셨군요.(이)

=네 상당히요. 축구 시작할 때는 운동을 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버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꾸준한 성적을 보여드렸어요.

▲꾸준한 성적이라면….(이)

=반에서 1,2등하고 전교에서도 10등 안에 꼭 들었어요.

▲등수를 그렇게 밝히시다니. 요즘에는 인터넷이 무서운 세상인데.(김)

=(정색하며) 정말이에요. 성적표 공개할 용의도 있어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약자로 비교대상이 되는 친구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 였군요. 운동도 잘했다면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았을 것 같아요.(이)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에게 잘하는 편이 못돼요. 중학교 때에도 운동에 빠져 지냈죠. 멋을 부리기 보다는 축구화 보러 다녔고요. 그렇다 보니 여자친구가 있어도 오래 못 가더라고요. 그러다가 중3때 만난 제 첫사랑한테는 '무섭게 생겼다'고 차이기도 했어요. 이번에 드라마 나가고 다시 연락이 와서 만나기도 했죠. 그런데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경계를 넘어서

▲연기를 하면서 후회는 안 했나요.(김)

=일을 시작하고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을까 고민도 많았죠. 고1때 그 선생님께서 '넌 재능이나 끼가 없다. 늦지 않게 그만둬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제가 운동을 해서 그런지 승부욕이 강하거든요. 어디 한번 해보자 끝까지 덤볐죠. 근데 그거 아세요. 그 선생님은 그 때 제게 했던 말씀을 기억 못하시는 거에요.(웃음) 암튼 그때부터 계속 제게 자극을 주세요.

▲미니홈피에 인상적인 글이 있더라고요.(이)

="사람들의 울고, 웃고 싶어하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배우는 자신들의 '자유욕'을 버릴 수 있다"는 내용이에요. 부산에서 촬영하느라 국문과 대체 리포트로 냈던 내용이에요. '인간의 욕구'를 주제로 썼던 건데 배우의 사회적인 의미에 대해서 써보고 싶었어요. A4 3장이면 됐는데 쓰다 보니 10장이 돼 버린 거에요. 교수님께 늦게 이메일로 제출해서 혼이 많이 났는데 내용이 좋다고 나중에는 칭찬하셨죠.

▲연예인이 안됐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이)

=아마 공부를 계속 했을 것 같아요. 유학 가서 경영 쪽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다면 누구일까요.(이)

=조인성 선배님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어요. 매년 제가 연하장을 직접 써서 드리기도 해요. 꼭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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