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북한 꽃제비처럼 되는데 1주일도 안 걸릴 것"
영화 '크로싱'서 탈북 가장 김용수 역 맡아

"땅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고 말라 죽어가는 북한 꽃제비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들이 저렇게 되는데 채 일주일도 안 걸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탈북한 아버지와 아들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그린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 제작 빅하우스(주)벤티지홀딩스)의 주연 배우 차인표가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차인표는 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탈북자를 소재로 한 영화를 촬영했다고 '탈북자를 도웁시다'라고 말할 처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크로싱'을 찍고 나서 탈북자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났다. 원래 내 안에 있던 마음일 텐데 누군가 신호를 보낸 것 같다. 내가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일이나 한국의 아픈 이웃을 돕는 것, 그리고 탈북자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크로싱'은 한 때 함경남도의 대표 축구선수였지만 현재 탄광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가족의 끼니 걱정을 하는 북한의 평범한 가장 김용수(차인표)가 결핵에 걸린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행을 택하면서 가족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집을 떠난 아버지를 찾아 두만강을 건너는 힘든 여정을 겪는 아들 준이 역은 신예 신명철 군이 맡았다.

차인표는 촬영 중간중간 실제 아들인 정민이와 극 중 아들인 준이가 오버랩 돼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찾으러 떠난 준이가 수용소에 끌려 가고 고비 사막을 헤매는 등 갖은 고초를 겪는 장면에서 부모로서의 측은지심이 발동됐던 것.

"아들과 헤어져 안타까워하는 상황을 연기할 때마다 명철이 얼굴에 실제 내 아들 얼굴이 겹치면서 내 아이가 이런 상황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진짜 부모 된 입장에서 연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꽃제비 동영상을 보셨을 텐데, 예전에 북한에서 50만 명, 100만 명이 죽었다고 하면 그게 그냥 숫자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이들에게 불쌍한 마음을 가지고 나니 하나하나의 생명으로 느껴지데요. 꽃제비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사진을 보면서 '만일 내 아들이 저런 상황에 처하는데 불과 1주일이도 안 걸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아이가 일주일 동안 굶고 학대 받고 부모도 없이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면 그렇게 되겠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반대로 저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처럼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려야 그들이 받은 상처가 치유될까요? 그런 치유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대한민국의 어른들이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같은 나라로 살던, 분단 민족으로 살던 간에 더 사이 좋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차인표는 촬영 도중 몽골의 고비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아찔한 사건을 공개하며 탈북의 험난한 루트를 관통하는 어린이들과 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숙소에서 고비 사막 촬영장까지 보통 2~3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며 찍었다. 하루는 항공 촬영을 위해 행글라이더가 공수돼 왔는데 조종하시는 분이 나를 숙소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둘이서 하늘을 날아서 이동하다가 GPS 배터리가 다 되어 길을 잃었다"며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해 있는데 '차인표 고비 사막에서 실종'이라는 뉴스 헤드라인이 떠올랐다. 나는 불과 30여분 거리에 촬영팀이 대기하고 있고 숙련된 조종사도 옆에 있어서 사람들이 나를 찾겠지만 이 사막을 걸어서 가야 하는 탈북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나도 사흘만 이 사막에 있으면 죽을 텐데, 아이들과 여자들은 어떻게 걸어서 여길 넘으려 할까 하는 심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탈북자에 관해 항간의 곱지 못한 시선과 무관심 때문에 '크로싱'의 출연을 네 번이나 고사했던 차인표는 "평소처럼 그냥 내가 촬영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시사회에도 나서고 기자간담회에도 나올 뿐인데 이상하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관객이 관심 없는 내용을 자꾸 강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흥행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내가 여러분에게 미안한 감정 가진 것이 오해였고 많은 분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단 한 명의 생명을 위해서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크로싱'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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