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숙명’서 파격 연기 박한별
청순 벗고 어두운 캐릭터 도전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
담배연기·베드신 많이 떨렸죠
박한별은 인터넷 시대의 아이콘 같은 배우다. 대표적인 인터넷 신조어 '얼짱'(얼굴이 예쁨을 뜻하는 은어)의 대명사로 손꼽히며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 뜬다'는 속설을 입증한 셈이다.
하나 더 있다. 박한별은 신인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시리즈를 거쳤다. 지난 2003년 영화 에 출연하며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하지만 공식은 진부해 질 수 있는 법. 어느덧 20대 중반으로 접어든 박한별은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중이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영화 (감독 김해곤ㆍ제작 ㈜MKDK)이다.
변신의 기로에 선 박한별과 대면했다.
# '스타'에서 '배우'로
박한별의 시작은 '인터넷 얼짱 스타'였다. 이름도 스타와 연관된다. 미니홈피의 제목도 'one star(한별)'이다. '스타'라는 언급에 박한별은 손사래부터 친다.
"(웃으면)이름만 별이에요. 우연한 기회로 멋모르고 시작했죠. 이제는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서도 좀 더 냉정하게 제 연기를 바라보게 됐어요. 부족한 것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배우라는 직업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에서 박한별은 은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극중 바를 운영하며 굴곡 있는 삶을 사는 사연 많은 인물이다. 밝은 웃음이 매력적인 박한별은 에서는 고작 한 차례 웃는다. 그나마 회상 장면에서다. 고된 현실 속에서 절절한 아픔이 묻어 나는 캐릭터다.
"정말 어두운 인물이죠. 촬영 현장에서도 웃을 일이 없었어요. 워낙 무거운 영화라 철없이 함부로 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촬영장으로 가는 발길이 무거웠죠. 반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어요. 작품 속에 모조리 쏟아 붓고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연기했거든요."
# '소녀'에서 '숙녀'로
박한별은 에 출연하며 난생 처음 담배를 물었다. '담배=어른'이 성립되진 않지만, 박한별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한 차례 깨는 작업이었다. 원거리에서 카메라에 담으니 꽤 그럴 듯한 장면이 나왔다. 클로즈업이 되자 담배 피는 시늉만 할 수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폐 속 깊숙이 담배 연기를 밀어 넣었다. 기침이 나오고 기관지가 아팠다. 배우로 거듭 나기 위한 성장통이었다.
"정말 처음 담배를 펴 봤어요. 감독님께서 피는 방법을 알려 주셨죠. 그냥 숨쉬듯이 하라고 하셨는데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고통스러웠지만 꽤 괜찮은 장면을 담을 수 있어서 만족해요."
꽤 수위 높은 베드신과 노출신도 연기했다. 짧은 장면이지만 변신을 꿈꾸는 박한별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게다가 박한별은 극중 송승헌의 애인이다. 키스신도 있다. 주변에서는 '부럽다'고 난리다. 정작 박한별은 담담하다.
"좋지 않은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제 몫을 소화하기도 벅찼거든요. (웃으며)사실 키스신은 '키스'보다 '뽀뽀'에 가까웠어요. 베드신은 첫 번째 도전이어서 많이 떨렸어요. 단순히 야한 장면이 아니라 극중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죠."
# '얼짱'에서 '동안'으로
박한별은 '인터넷 얼짱'의 선구자격 배우다. 박한별 이후 배우 구혜선 남상미 등이 '얼짱 스타'로 맥을 이었다. 박한별은 인터넷이 만들어 낸 첫 번째 스타인 셈이다. 당연히 '얼짱'이라는 수식어는 꼬리표처럼 박한별을 따라 다녔다.
"이제는 꼬리표라고 생각 안 해요. 저를 표현하고 상징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자부심도 느껴지는 걸요. (웃으며) 제가 '얼짱'이라는 단어가 유명해지는데 일조한 셈이잖아요."
요즘은 '얼짱'보다 자주 듣는 단어가 있다. 바로 '동안(童顔)'이다. 올해 만 24세가 된 박한별의 얼굴에는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데뷔 시절의 풋풋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박한별은 "얼짱보다 듣기 좋다"고 너스레를 떤다.
"나이를 먹으니까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네요. (웃으며)어려보인다는 얘기가 이렇게 듣기 좋은 줄 몰랐어요. 어려보인다는 칭찬에 성숙한 연기로 화답해야죠."
'숙명'덕분에 누아르 섭렵했죠
배우 박한별은 을 통해 누아르 장르를 처음 경험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했던가. 박한별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 1980~90대를 풍미한 홍콩 누아르 영화를 섭렵했다.
"김해곤 감독님께서 직접 DVD를 챙겨 주셨어요. 평소 좋아하지 않던 장르여서 잘 보지 않았었거든요. 제가 알고 있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다지는 기회였어요."
박한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홍콩 배우 유덕화와 오천련이 주연한 영화 를 꼽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오토바이를 모는 유덕화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오천련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누아르 속 여인들의 모습은 어땠는지 알기 위해 오천련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