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사건 연루 여기자 칼럼 통해 첫 심경 고백

탤런트 송일국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폭행사건에 연루된 여기자가 사건 발생 50여일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월간지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김순희 기자는 7일 오전 한 언론사 사이트 e칼럼에 '송일국씨! 정말 옷깃도 스친 적이 없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김 기자는 지난 1월 17일 밤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자세히 밝히고, 송일국이 팬카페에 남긴 심경고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기자는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이유는 송일국씨, 당신의 주장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또 참았을 뿐"이라며 "당신은 10여년을 현장에서 발로 뛰는 프리랜서 기자로 자긍심을 안고 살아 온 저 '김순희'의 명예를 하루 아침에 '구정물' 속으로 처박아 버렸다. 나 뿐만 아니라 중앙일간지 기자로 일하는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두 남매에게 참기 힘든 고통을 안겨 줬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인터뷰를 요청하다 이를 뿌리치는 송일국의 팔에 맞아 앞니 1개가 부러지고 턱관절에 이상이 생기는 등 전치 6개월의 부상을 입었지만 송일국이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며 형사고소를 했다.

이에 송일국은 김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한편 김 기자와 김 기자의 주장을 첫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총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다음주 중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송일국과 김 기자를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결과 발표에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 내용까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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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순희 기자가 올린 칼럼 전문.

지난 1월 17일 사건이 발생한 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이유는 송일국씨, 당신의 주장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또 참았을 뿐입니다.

당신은 10여년을 현장에서 발로 뛰는 프리랜서 기자로 자긍심을 안고 살아 온 저 '김순희'의 명예를 하루 아침에 '구정물' 속으로 처박아 버렸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중앙일간지 기자로 일하는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두 남매에게 참기 힘든 고통을 안겨 줬습니다.

1월 29일(화) 송일국씨 당신이 인터넷에 올린 심경고백으로 인해 저는 세상에 몹쓸 인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당신은 그날 배우의 인생을 걸고 "옷깃도 스친 적이 없다"고 고백하셨지요. 그날 이후 저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파렴치범'이 되어 버렸습니다.

당신은 또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취재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대다수 연예기자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잘못된 일은 바로 잡아야 된다"고 하였지요. 마치 기자도 아닌 것이 기자인양 '취재하러 왔다가 돈 뜯어내려고 다쳤다'고 한 거 아니냐는 식이었습니다. 이후 인터넷에는 '그 여기자 사이비 아냐? 혹시 자해공갈한 거 아냐?' 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당신은 또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 '잘하면 장군의 손녀요. 못하면 깡패의 딸'이라고 누누이 말씀 해 더 조심하고 살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설사 고의가 아니었더라도 살짝 밀치기만 했어도 분명 사과를 했을 것이라고요? 당신은 그날 정말 저와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심경고백은 각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댓글이 저의 목줄을 죄어 왔습니다. 연예인들 중 '악플'에 마음의 상처를 받아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심정을 밝힌 사람이 적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힘들고 또 힘들었습니다. "관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심경고백은 저에게 '난도질' 그 자체였습니다.

당신은 유명연예인입니다. 저는 당신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기자입니다. 기사 한 줄 잘못 써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판에 연예인을 상대로 '돈' 뜯어내기 위해 없는 일을 꾸며가며 고소할 수 있을까요.

저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저의 두 아이들입니다. 엄마 마음이 아플까봐 제 앞에서 아무 일 없는 양, 별일 아닌 양 말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며 저는 속으로 피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며칠전 개학을 하여 이 아이들은 다시 등교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 진실을 밝히려고 합니다.

사고, 그날 밤

지난 1월 17일 밤. 사고 직후 저는 취재를 의뢰한 잡지사(여성동아) 측에 "인터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다쳤다"는 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또 취재 중 벌어진 우발적인 사고였지만 사과를 받아야겠기에 당신의 매니저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후 저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사고 발생 3시간 남짓 지난 자정께 당신의 소속사 관계자는 저에게 "아직 사고와 관련해 송일국씨에게 확인하지 못했다. 밤이 늦었기 때문에 미안해서 전화를 걸지 못했다"고 설명하더군요. 아니, 사람이 다쳤다는데, 그것도 취재 중에 기자가 다쳤다는데 늦은 밤이라 당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말합디다. 한마디로 기가 찼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쓴 심경고백을 보니 사고 직후 저로부터 연락 받았음을 밝혔더군요. 소속사 관계자들과 당신이 서로 연락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고 당일 날 소속사 관계자는 당신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을까요. 선뜻 납득할 수 없는 그 이유가 지금도 몹시 궁금할 따름입니다.

사고, 다음날

잡지사 측은 사고 다음날 "취재 중에 다치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고라 모든 치료비는 회사가 책임질테니 치료 잘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치료비를 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심경고백을 통해 "그 여기자가 정말 사과만을 요구했을까요?"라며 마치 '돈이 목적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더군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그것이 제가 당신 쪽에 요구한 전부였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사고 발생 4일 후 저는 잡지사를 통해 "송일국씨가 사과할 수 없다고 한다. 사고 이튿날, CCTV를 살펴봤는데 신체적인 접촉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이 없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다친 증거를 남겨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상처나고 부은 왼쪽 입술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 다시 병원으로 가서 "입술 상태를 진찰한 후 진료기록에 남겨 달라"고 하였습니다.

고소인 조사를 받던 1월 30일. 검사에게 제 입술을 보여주자 그는 "사진을 찍어 두자"고 했습니다. 제가 "지금보다 입술 상태가 더 심했을 때 찍어 놓은 사진이 있다"고 하자 검사는 "그러면 검찰에서 사진을 찍지 말고 그 사진을 검찰에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그때 찍은 입술 사진과 진료기록 등은 검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상태입니다.

당신과 저 사이에 벌어진 '사고'는 일어난 지 일주일 후 언론에 처음 보도되었습니다. 이 기사를 접한 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송일국씨 측이라는 명의로 "옷깃조차 스친 적이 없다"고 반박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옷깃조차 스친 적이 없다?' '옷깃조차 스친 적이 없다니!'
저는 일주일 동안 '말없이' 당신의 사과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기사를 본 저는 더 이상 사과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1월 24일 검찰에 고소한 것입니다.

"언제 CCTV를 확인하였습니까?"

사고가 벌어진 현장은 'CCTV'에 찍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요 증거로 알려진 'CCTV'는 이 사건의 직접적인 진실을 밝혀줄 수 없습니다. 사고는 CCTV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송일국씨. 당신은 사고 다음날 CCTV를 본 후 아무 흔적이 담겨 있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 아닙니까. CCTV에서 '신체적인 접촉이 없었음'을 확인했으니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정말 제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다면 굳이 CCTV를 확인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저는 검찰에 송일국씨 측이 언제 CCTV를 처음 보았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의뢰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사진기자 두 명의 진술

1월 17일 취재 때 두 명의 사진기자가 동행했습니다. 송일국씨 당신이 차에서 내려 걸어오는 순간 그 중 한 명은 저를 뒤따라 와 사고현장을 목격했고 다른 한 명은 차량 뒷좌석에 있는 카메라를 미처 챙기지 못해 운전석에 앉아 사고를 지켜봤습니다. 두 명의 사진기자는 공증진술서를 통해 사고 당시를 증언했습니다.

[현장 목격한 사진기자 1]

"현관 앞 계단에서 송일국씨를 김순희씨가 '송일국씨 잠깐만요' 그를 부르면서 그를 잡고 밀치고 하는 장면을 뒤따라 가면서 목격하였습니다."

[취재차량 운전석에 있던 사진기자 2]

"송일국씨가 한 발짝 앞서 계단 쪽에 다다랐고 뒤따라 간 김순희씨가 송일국씨를 잡고 인터뷰하려는 과정에서 송일국씨가 김순희씨를 밀치고 현관 앞쪽으로 갔고."

사진기자 두 명의 진술을 두고 '가재는 게 편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공증 진술서는 법정에서 진술한 것과 다름없는 행위입니다.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면 '법정구속'에 처하기도 합니다. 허위 사실을 '공증'할 경우 자신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 무엇인지 아는데 그 위험을 감수하고 '거짓'을 진술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가 된 '6개월' 진단서

6개월짜리 진단서.

이 진단서가 이 사건을 '의혹투성이'로 발전시켰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게 만든 '장본인'이었습니다. 저는 사고 직후 대학병원(영동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고 또 진단서를 발급받았습니다. 경찰제출용이라 병원비도 건강보험이 적용이 안되는 '일반'으로 냈습니다. 검찰에 고소할 때 이 진단서를 첨부했습니다.

제가 고소한 이후 문제가 된 이 6개월짜리 진단서에 대해 해당 대학병원 치과병원장은 검찰 측에 "환자의 총 가료 기간을 명시한 일반진단서"라며 "환자를 직접 문진하지 않았지만 환자 진술 및 의무기록, 엑스레이 등을 살펴볼 때 '상해로는 1주일 이내에 해당'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사건은 송일국씨가 저의 "옷깃을 스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신체접촉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사건입니다. 송일국씨가 과연 저의 옷깃을 스쳐 '상처를 입혔나, 입히지 않았냐'도 이 사건의 중요한 관건입니다.

저는 치아를 다쳤고 턱관절에 이상이 생겼으며 척추신경과에서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입술 상처와 이를 증명하는 병원의 진료기록 및 두 명 사진기자의 진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일국씨가 "옷깃도 스치지 않았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한 수사는 미진한 상태입니다. 이에 저는 3월 6일 검찰총장에게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또 저는 사고가 나던 날 송일국씨 당신의 행적에 대한 조사를 검찰에 요구했습니다. 고소인 진술을 한 후 누군가가 저에게 제보했습니다. 그 사람을 포함해 몇 명이 1월 17일 사고 직전 반주가 곁들인 저녁식사를 당신과 같이 했다더군요.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신도 힘들기는 저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니, 저보다도 결혼을 앞둔 당신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당신이 선임한 이재만 변호사를 통해 어제(3월 6일)까지 마지막으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아쉽게도 답이 없었습니다. 먼저 나서 사과를 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 인기와 믿음을 밑천으로 연예인 생활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인가요.

제 아들 녀석이 며칠 전 학원을 다녀오며 제 아빠에게 물어봤다더군요. "아빠, 우리집에 돈이 얼마나 있어. 합의는 절대 안돼. 그쪽에서 사과를 하더라도 병원비조차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얼마나 심적인 고통이 컸으면 그런 이야기를 제 아빠에게 했을까요.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은 과학도가 되기 위해 밤늦은 시간에도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송일국씨.

당신의 연예인 생활은 중요하고 한창 자라나고 있는 제 아들의 꿈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입니까.

당신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2008년 3월 7일 김순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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