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나' 제작진에 공개 사과… "'왕과 나' 애정이 지나쳤던 것 같다"

"제가 '왕과 나'에 대한 애정이 지나쳤나봐요. 후배 되는 동생 같은 사람들을 때린 것은 잘못입니다. 전 오직 '왕과 나'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SBS TV '왕과 나'(극본 유동윤, 연출 김재형) 제작진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배우 유동근이 29일 오후 2시 '왕과 나'의 녹화가 진행 중인 경기 탄현 SBS 제작센터를 찾아와 피해자들과 제작진에게 공개 사과했다.

유동근은 사과 직후 폭행의 피해자인 김용진 책임프로듀서, 이창우 PD 등과 나란히 취재진을 만났다. 폭행 사건 후 세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취재진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동근은 "저나 집사람(전인화)이나 김재형 감독님과의 인연은 굉장히 소중하다. 저희 두 사람이 있기까지 그분이 많은 지도를 해주셨고 '왕과 나'가 어쩌면 그분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으니까 집사람도 선뜻 출연하게 된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무보수로라도 몇 회 출연하겠다고까지 말했을 정도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왕과 나'를 사랑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애정이 지나쳤나봐요. 물론 촬영장에서 대본이 늦게 나오는 거야 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쪽대본'에 고생하는 집사람을 옆에서 보기가 안타깝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불미스러운 일도 초래했는데, 어떻든간에 애정이 있다고 해서 우리 후배 되는 동생 같은 사람들을 때린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작진과 만나 작가분이 대본은 좀 일찍 줘서 스태프도 챙길 것은 챙기고 배우들은 분석할 시간을 좀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왕과 나'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게 제 소망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유동근은 폭행 사건이 보도된 후 지난 사흘간 쏟아져나온 많은 말들에 대해 "제가 오래 방송을 하긴 한 모양"이라면서 "그런 추측성 보도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생각은 없다. 그런 일이 보도될 경우 우리 연기자는 고스란히 피해를 끌어안아야 한다. 날 아프게 하는 보도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넘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저 '내가 이렇게 어려운 배우의 길로 들어섰나' 하고 생각할 뿐입니다. 아우들도 (보도로 인해) 내게 피해가 간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플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개인의 자존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왕과 나'가 잘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로하신 감독님의 자존심이 더 중요합니다. 모두가 한마음이니까 오늘 저나 김 프로듀서, 이 PD가 서로 편하게 만나서 얘기하고 웃으며 악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한 대를 때렸든 열 대를 때렸든 때린 것은 잘못"이라며 재차 사과한 뒤 "보도가 나간 후 아이들이 보고 놀랄까봐 집에 인터넷선을 빼놓았다. '왕과 나'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까 이렇게 된 것 같다. 이 문제를 오래 갖고 가면 안될 것 같아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창우 PD는 "지금까지 올라온 기사를 다 봤지만 우리는 이번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고 더더구나 가십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서로 연락이 안되는 상황에서 추측성 보도들이 나가면서 인신공격적으로 기사가 다뤄지고 재미로 댓글이 달리는 게 싫었다"면서 "유동근 선배님의 인품을 안다. 술을 안 드셨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용진 책임프로듀서는 "쪽대본과 폭행 사건은 분명히 별도의 것들이다. 대본이 늦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고 반성하고 있지만, 그 건과 이번 폭행 건은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 오늘 이 자리는 드라마가 잘되기 위해 모든 것을 잘 봉합하는 것이지 시비를 걸기 위한 것이 아니다. 늦게나마 이렇게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 역시 드라마가 잘됐으면 하는 같은 마음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폭행사건이 발생한 15일 새벽에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피해 정도가 어떤지, 가해자가 술에 취했는지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여전히 엇갈리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구동성으로 "원만하게 해결을 봤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동근은 "왜 나라고 할 말이 없고 억울한 게 없겠는가.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마지막 작품을 하고 있는 김재형 감독님이다.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그분은 우리 때문에 굉장히 아파하고 계실 것"이라며 "술 문제만 해도 그렇다. 내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밤 12시30분인데 집에 있다가 왔다. 술은 저녁식사할 때 마셨다. 하지만 그런 것을 내가 연장자 입장에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항간에 알려진 것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 PD는 "유동근 씨는 오늘 이전에 이미 개인적으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우리가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은 현장에 있던 스태프도 피해자 중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김 프로듀서는 "공식 사과라는 게 PD의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전체에 대한 갈무리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고, 그것에 대해서는 양측이 공감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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