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색즉시공2' 톡톡 튀는 말말말 최성국

“신파는 못하냐구요? 저, 도 찍었는걸요.” 최성국은 시종일관 진지했다.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뭐 말해줄까요?" "아, 그 이야기 해 드릴까요?"

배우 최성국은 인터뷰 틈틈이 이런 표현들을 썼다. 질문을 던지기를 기다렸다 답하는 배우들과 달리 그는 이야기를 먼저 이끌어가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의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과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나리오 한편 이 금세 완성되기도 한다고 했다.

최성국은 스크린과 달랐다. 스크린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얼굴은 작고 미남형이었고 진지했다. 에 이어 5년 만에 (감독 윤태윤ㆍ제작 두사부필름ㆍ13일 개봉)에서도 1편처럼 역시 망가지는 점을 머릿 속에 둔 채 만난 그는 다소 생경했다.

"코믹 배우인데 생각보다 안 웃기다"고 농을 던지자 "영화에서도 안 웃겼는데요? (대사투로) '자, 이제부터 전국 대회를 앞두고 특별훈련을 실시한다'. 얼마나 진지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본인은 정색을 하고 솔직히 말했지만 의례적인 어법을 따르지 않는 덕에 청자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화법이 매력이었다. 그만의 어록들.

#어록 1=이 쓰레기? 서태지와 아이들도 욕먹었다

최성국은 자리에 앉자마자 "1편과 2편에 대한 반응이 왜 이렇게 달라요? 1편은 엄청 욕먹었는데 2편은 평이 좋네요. 사람들의 뇌구조가 달라진 것일까요?"라며 질문부터 던졌다.

누가 인터뷰어(interviewerㆍ인터뷰를 하는 사람)이고 인터뷰이(intervieweeㆍ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인지. 잠시 멈칫 하는 사이 최성국은 줄줄 말을 이어갔다.

"아직도 기억해요. 1편이 나왔을 때 얼마나 욕을 먹었는데요. '최성국의 첫 영화라고 한다. 이런 쓰레기 같은 영화를 택한 그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이런 평도 있었고 영화에 대한 평도 마찬가지였죠. 영화가 터지기 전에 우리끼리 위안을 삼으며 내가 윤 감독을 위로했죠. 서태지와 아이들도 나왔을 때 욕먹었다, 콘테스트 나와서 심사위원에게 좋은 소리 못 들었다,하고요."

최성국은 사명감마저 느껴지는 얼굴로 말했다. "대한민국에 이런 영화가 처음이었던 거죠. 원래 앞서가면 싫어해요. 이 되면 코미디 영화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어요. 내가 어떤 생각이 드냐면, 취향이 바뀐 게 아니라 올해 관객이 코미디 영화에 굶주렸어요. 보고 아마 시원해 하실 것 같아요."

#어록 2=베드신 빼고는 모두 리얼

최성국은 에서 이화선과 유채영에게 이리 저리 맞는 연기를 해야 했다. 모두 대역은 없었다. 메조키스트 이화선이 잠자리 도중 최성국의 뺨을 마구 때리면서 볼이 빨개지는 장면도 실제도 맞았다고 했다.

"1편에서 차력을 다 배웠어요. 임창정의 배에 벽돌 올려놓고 망치로 내리치는 건 진짜 주변 공사장에서 가져온 벽돌에, 스태프가 일할 때 쓰는 진짜 망치였죠. 베드신이야 진짜 할 수 없잖아요. 그것 빼고는 다 리얼이죠. 제작진 모토가 '가짜로 맞으면 관객은 안다'라나, 뭐라나(웃음)."

최성국은 유채영이 머리로 박치기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 뒤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며 순간적으로 기절한 적도 있다. 촬영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계속 머리가 아프고 울렸다. 유채영 역시 이유 없이 구토가 나서 잠을 설쳤을 정도로 세게 부딪혔던 것이다.

"채영이는 때릴 때 진짜 힘껏 때리거든요. 어린 친구들이 카메라가 돌면 두 가지죠. 당황해서 연기를 못 하거나, 연기가 아닌 리얼처럼 하는데 채영이가 그래요. 카메라가 돌면 같이 '돌아요'. 그러니까 제가 기절할 정도로 박치기를 한 거죠."

#어록 3=화선이는 섹시하게 태어났지만 섹시하지 않다

의 이화선은 몸을 사리지 않는 노출신으로 시사회부터 눈길을 끌었다. 전라 베드신을 펼쳐냈다. 그런 이화선과 베드신을 한 것은 최성국의 '행운' 아니었을까.

최성국은 "(이)화선이는 그저 섹시하게 태어난 거에요.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떡해요. 외모와 달리 성격은 엄청나게 털털해요. 막상 보면 여자로 안 보여요"라고 말했다.

사실 이화선의 캐스팅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것이었다.

최성국은 "가슴 노출만 없으면 하고 싶다고 한 배우도 있었지만, 의 베드신에 가슴 노출이 없다면 다른 영화와 다를 게 없지 않겠어요. 이번에도 제가 연거푸 베드신을 펼친 것도 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임창정 송지효는 '3년간 키스만 해 본 커플' 설정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최성국은 베드신 현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에로틱하거나 설레지 않는다고 털어 놨다.

최성국은 "15초를 위해 8,9시간 찍는데 사실 힘이 많이 들어요. 피부결에 조명이 균일하게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조명 설치하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장시간 있다 보니 발 냄새, 땀 냄새에 먼지까지 날려서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베드신 현장 묘사에 발냄새라니. 그것도 심각한 얼굴로 말이다. 여기가 바로 최성국식 '진지 유머'가 생산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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